
“실장님을 모셔오지요.”
그러고는 일어서더니 곧 유병선과 함께 들어섰다. 계약서 작성은 최영배와 둘이 했던 것이다. 유병선이 자리에 앉더니 이미연에게 말했다.
“계약서는 됐고, 이미연 씨 사채 문제인데 2억3000만 원 정도지요?”
“네?”
되물었지만 이미연의 얼굴이 금방 붉어졌다. 그렇다. 만난 남자 넷한테서 빌린 돈까지 합쳐서 2억2700만 원이다. 그것까지 어떻게 알았는가? 하나씩 만나서 물어본 것 같다. 유병선이 시선을 준 채 말을 이었다. 이미연의 생각을 읽은 것 같다.
“그래요, 우리 정부는 치밀합니다. 조사를 했습니다. 다만 이 자금은 장관님 사재에서 나갑니다.”
이미연이 숨을 죽였고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본래 이미연 씨 채용도 특혜성이 있는 터라 장관께선 채무 관계는 부담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장관님의 성품이지요.”
그러고는 이미연의 앞에 봉투 하나를 놓았다.
“3억 원입니다. 장관께서 이미연 씨에게 한랜드로 떠나기 전에 가족도 만나고 가는 것이 낫겠다고 하시더군요.”
“…….”
“한 달 기한이 있으니까 그동안 극단을 꾸리고 이곳저곳 정리할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참, 사채업체 채무는 우리가 정리해 드릴까요?”
문득 유병선이 물었으므로 목이 멘 이미연이 머리만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 보좌관한테 맡기세요. 금방 처리해 드릴 테니까요.”
이미연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어깨를 몇 번 부풀리기만 했다. 입을 연다면 울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것도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때 유병선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장관님이 곧 들어오실 테니까 인사나 하고 가세요.”
그러고는 둘이 나갔으므로 이미연은 혼자 남았다. 이제 장관이 온다는 것이다. 정신이 없었지만 순서대로 시간 낭비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때 서동수가 들어섰다.
“다 끝났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선 이미연에게 서동수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서동수가 이미연과 세 발쯤 거리를 두고 섰다. 이제 둘은 마주 보고 서 있다.
“감사합니다.”
이미연이 기를 쓰고 그렇게 인사를 했을 때 서동수가 희미하게 웃었다.
“네 이야기를 듣고 네 나이 때의 내가 생각났어. 너처럼 그러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러더니 머리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잘해, 내가 지켜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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