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했는가. 인류 역사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이슈에 접근하는 데도 시사점을 던진다.
인류 역사에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했는가. 인류 역사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빈부격차라는 세계적 이슈에 접근하는 데도 시사점을 던진다.

왜 그들이 이기는가 / 클로테르 라파이유· 안드레스 로머 지음, 이경희 옮김 / 와이즈베리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어떤 문명은 번영하고 어떤 문명은 퇴락했는가. 또 어떤 사람은 성공하고 어떤 이는 실패하는가. 개인, 민족과 국가, 개별 국가를 넘어선 거대 문화권까지 상대로 한 이 질문에 진화생물학, 인류학, 역사학, 경제학을 넘나들며 숱한 학자들이 답해왔다. 개인과 집단의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찾아 보편적 법칙을 발견하려는 시도들이다. 국내 부동의 스테디셀러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2007년 국내 출간 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컬처코드’의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가 다시 한 번 이 질문에 답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이탈리아 로마 루이스대에서 실시한 일곱 번의 강의를 엮은 ‘나와 세계’ 그리고 문화인류학자 라파이유 박사가 저널리스트 안드레스 로머와 함께 쓴 ‘왜 그들이 이기는가’이다.

‘왜 그들이 이기는가’의 원제는 승진하다는 뜻의 무브업(Move Up). 심리· 인류학에 기반을 둔 마케팅 구루이기도 한 라파이유는 무브업, ‘상향 이동’을 인류 진화의 큰 방향이자 작동 원리로 제시한다. 한 개인의 평생에 걸친 성장 발전부터 인류 전체의 종 진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상향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생명은 물속에서 시작돼 해안으로 올라왔고, 인간은 초원에서 두 다리로 직립 보행했다. 또 사람은 누구나 아침이면 일어난다. 태양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 달에 착륙한 인간에서 보듯 신화의 세계나 과학의 왕국에서도 우리는 늘 상향 이동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문제는 왜 어떤 개인(국가)은 상향 이동하는데, 어떤 개인(국가)은 그렇지 못하는가이다. 저자들은 이를 결정짓는 변수를 흥미롭게도 파충류의 뇌, 바로 본능으로 봤다. 파충류의 뇌는 인간의 뇌에서 본능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파충류의 뇌와 거의 흡사해 이렇게 부른다. 이는 2억 년 전 인류의 뇌와 거의 같다. 이 파충류의 뇌가 관장하는 본능은 4S로 정리된다. 생존(Survival), 성(Sex), 안전(Security), 그리고 성공(Success)이다. 저자는 인간은 본능에 따를 수밖에 없고, 파충류의 뇌는 언제나 승리한다며 결국 이 본능이 얼마나 제대로 발휘되느냐에 문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했다.

하지만 본능의 충족이 곧 ‘성공과 번영’일 수는 없다. 여기엔 결정적인 변수가 개입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문화이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한 집단이 갖고 있는 문화적 무의식인 문화코드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존을 위한 식욕이라는 본능도 파괴적으로 진행되면 최악의 경우 식량을 둘러싼 전쟁을 낳지만 예술적 문화코드로 감싸 안으면 프랑스 요리라는 예술이 탄생한다는 설명이다. 안전에 대한 본능도 존중과 신뢰의 문화가, 성공에 대한 본능은 개방적인 사회와 성공이 노력의 결과로 이뤄지는 능력주의 문화 안에서 발현될 때 한 사람의 삶을, 한 국가의 운명을 상향이동시킨다고 한다.

이렇게 본능을 구성하는 4S, 이들을 제대로 발휘하게 하는 문화코드 등을 설명한 뒤 두 저자는 상향이동 지수라는 공식을 만들어낸다. 라파이유(Rapaille)와 로머(Roemmer)를 뜻하는 R2를 붙인 R2 상향이동지수로, (R2=문화코드+ 생물논리/2)이다. 공식이 나오면 쉬운 것도 어렵게 느껴지기에 수식에 대한 복잡한 설명은 빼고, 핵심만 요약하면 문화코드가 생물 본능을 생산적으로 구현할 때 성공과 부가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한국의 R2 상향이동지수는 71개국 중에서 스위스,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독일 등에 이어 17위에 올라 있다.

한편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를 지리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을 들어 설명한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지리적 요인 중 하나는 위도. 대체로 온대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 지역 국가들보다 부유한 편이다. 열대 지역의 경우 땅이 비옥도가 낮은 박토이고, 공중보건의 문제가 발생한다. 열대지역의 경우 천연자원이 많지만 오히려 이를 둘러싸고 다툼과 내전이 벌어지거나, 사람들이 자원만 믿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아 오히려 가난해지는 ‘천연자원의 역설’이 벌어진다. 이와 함께 좋은 제도 역시 한 국가의 흥망을 가른다. 부패가 없고, 개인 재산권이 인정되고, 중앙정부의 역사가 긴 국가가 더 탄탄한 부를 이룬다. 다만 인류 역사가 보여주듯이 부국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볼 때 두 권의 책은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제기하기보다는 두 학자가 이제까지 쌓아온 방대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일목요연하고 쉽게 설명한 대중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저작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간단하게 압축·정리해보는 마음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독자라면 가벼운 입문서로 읽으면 좋다. 특히 흥미로운 공통점은 두 책 모두 한국을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한가’라는 쪽 사례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두 책 모두 한국은 여러 어려움을 거쳤지만 번영을 만들어내는 여러 변수를 역동적으로 결합해 성공한 국가로 등장한다. ‘나와 세계’의 경우 이탈리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원래 원고에 한국 사례를 풍성하게 넣어 만든 한국 독자를 위한 한국판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교육과 관련해선 한국이 미국보다 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며 미국 교육이 한국 교육과 비슷하면 얼마나 좋겠냐고까지 했다. 한국인이라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진단까지 떠안기는 책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부유한 사회(국가)가 될 수 있는가라는 큰 주제와 함께 진짜 부유한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두 겹의 읽기를 하게 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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