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기억력 천재가… /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갤리온

보통 두뇌로 ‘1년 만에’ 기억력 왕이 된 저널리스트의 기억력 회복 프로젝트가 담긴 책이다. 자기계발서 냄새가 짙게 풍기지만 기원전 5세기 그리스 키오스의 시인 시모니데스가 발명한 기억술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기억의 작동 과정과 그에 따른 인간 삶의 한 단면을 제시하고 있어 나름 유쾌한 인문서를 읽는 느낌이다. 저자는 친구들 전화번호는 물론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곧잘 까먹는 지극히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2005년 초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 결승 취재 현장에서 만난 ‘메모리 그랜드 마스터’의 조언에 따라 기억 훈련을 시작하는 저자는 꼭 1년 후 같은 대회의 우승자가 됐다.

비밀은 ‘전설 속 고대 기억법’ 즉 시모니데스가 발명한 기억술. 시모니데스는 “가상으로 건물을 지어 그곳에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이미지로 만들어 넣으면 세상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믿었다. 떠올려야 할 것이 있을 때마다 가상의 건물을 거닐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기억의 궁전’ 방법이다. 핵심은 우리 뇌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기억이 잘 되는 시각 이미지’로 바꾸는 일이다. 모든 종류의 정보를 동등하게 기억하지 않는 우리 뇌를 깨우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사항이다. 두 번째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 이미지를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상의 공간에 기억하려고 하는 대상의 이미지를 저장’하는 것이 기억의 궁전을 이루는 토대다.

저자의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 도전기이기도 한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시를 암송하는 법’이다. 좋아하는 시들을 줄줄 외던 시절은 어디로 가고, 김소월의 ‘진달래꽃’조차 응원가 노래로 부르지 않으면 외울 수 없는 지경이라 그럴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시를 외는 첫째 비결이 있었다. 바로 ‘운율이 기억을 돕는다’는 사실이다. 정적인 이미지보다 역동적 이미지가 기억에 많이 남듯, 밋밋하게 외는 것보다 운율에 맞춰 외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사실 더 솔깃한 방법은 ‘외설적인 이미지’로 만들라는 것이다. 성스러운 설교를 앞뒤가 맞지 않는 터무니없는 이미지로 바꿔 기억했다는 14세기 영국의 신학자 토머스 브래드워딘을 예로 들며 “기억술은 처음부터 외설스러웠다”고 말하는 저자의 해설은 독자 스스로 찾아봐야만 그 맛을 알 수 있다. 기어이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 우승을 거머쥔 저자는 단순히 많은 정보를 기억하기 위한 방법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 후반으로 갈수록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어지는 세상의 등장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이 없다면 창조도 없다”고 강조한다. 알고 있는 사실과 생각이 많을수록 더 새롭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학습, 기억, 창조성은 초점만 다를 뿐 기본적으로 같은 과정인 셈이다. 2011년 출간된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의 개정판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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