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가 아시아계 배우를 홀대하는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영화화하면서 백인 여배우 스칼릿 조핸슨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이 발단이었다. 물론 반대 현상도 분명 존재한다.

미국 공중파 TV에서 아시아계가 주연을 꿰찬 ‘닥터 켄’과 ‘프레시 오프 더 보트’가 대표적 사례다. 공교롭게도 주연을 맡은 배우 켄 정과 랜들 박은 모두 한국계다. 하지만 “영화 관객이 대부분 백인이며, 티켓 파워를 가진 아시아계 배우 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는 연출·감독들의 주장은 여전히 먹혀들고 있다. 단순하게 “화이트 워싱은 불평등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려운 셈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이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먹고 사는 것에 바빠”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데 등한시한 것이 문화적 홀대로 이어지고, 이제는 이민 2·3세대가 미국 사회 주류로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드는 부메랑이 됐다는 자성도 섞여 있다.

실제로 아시아계의 중앙정치 진출은 성적이 초라하다. 각각 1851년과 1868년 처음으로 미국 이민이 시작된 중국계와 일본계가 150여 년간 배출한 장관급 인사는 각 2명에 불과하다. 1903년 하와이에 첫 이민 1세대가 도착한 한인은 아직도 장관을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계는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한인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 경선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후원조직인 ‘코리안 아메리칸스 포 힐러리(KA-HILL)’가 발족한 것이 대표적이다.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메릴랜드주의 한인회들이 주축이 된 ‘신미국인사회 참여연합(NACEA)’도 지난 2월 버지니아에서 한인들의 시민권 신청을 무료로 지원하는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30일에는 메릴랜드에서 2차 행사를 연다.

민주·공화당 어디를 지지하든 한인 정치인·활동가들은 한가지는 확실히 공유하고 있다. 정치적 힘은 유권자 등록을 통해 한 표를 행사하는 참정권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아시아계 인구 비중은 2014년 현재 5.4%지만, 뭉치면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인구도 170만 명으로 적지 않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아시아계 투표율은 인종 그룹에서는 가장 낮은 47.3%였다. 결국 ‘화이트 워싱’을 근절하는 근본 해결책은 오는 11월 8일 투표장으로 달려가는 한인들의 정치 참여율에 달려 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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