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불구하고 표를 부탁하려면 본인 잘못부터 돌아보고 반성하는 게 우선이다.

피곤한 듯 잠든 남성, 체면 불구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남성 등 지친 모습의….

국민의 절묘한 선택으로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이뤄진 정치권에선 교만과 아전인수, 자중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째 인용문은 염치없이 표 챙기는 데만 급급했던 국회의원 후보들에 대한 내용인데요.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으로 사람에 따라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요. 염치 뒤에 따르는 동사로 ‘불구(不拘)하다’를 많이 쓰지만 문맥상으로는 돌아보지 아니하다는 뜻의 ‘불고(不顧)하다’를 써야 합니다. 염치 따위는 돌아보지 않고 자기 욕심대로 말하고 행동할 때 염치 불고한 사람이 되는 거지요.

‘불구하다’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는 뜻으로 주로 ‘∼에도(∼음에도) 불구하고’의 구성으로 쓰이는데요. 몸살에도 불구하고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다,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등으로 쓰면 됩니다.

둘째 인용문은 아내의 쇼핑에 동행한 각국 남성들의 사진과 함께 쓴 기사 중 일부인데요. 아내의 쇼핑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지루함과 고단함으로 졸음에 빠졌거나 계단에 주저앉는 등 체면 깎일 장면을 보이고 만 남편들의 모습이 웃음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킵니다. 체면(體面)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을 뜻하는데요. 이때도 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불고하고’가 와야 합니다.

자식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사랑하는 일, 부모에게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배우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가 쉽지 않지요. 이럴 때 생각할 한 가지가 바로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염치 아닐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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