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제적 리더십’이 최근 재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2년 만에 기업 문화 전환, 선제적 구조조정, 공격적인 시장 승부수 등 ‘이재용식 혁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창의적이고 속도감 있는 의사 결정 구조를 삼성그룹에 이식하기 위해 지난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선언한 이후 각 사업장에서 변화의 싹들이 트고 있다. 삼성전자의 컬처 혁신 작업은 무선사업부와 가전사업부 등 세트 부문에서 우선 적용되고 있다.
고동진 사업부장(사장)이 최근 직원들의 내부망에 댓글을 달며 소통에 나서자 직원들이 놀라고 있다고 한다. 전에 없던 작은 변화들이다. 월급날인 지난 21일이 ‘패밀리 데이’로 정해지는 바람에 전 직원이 오후 5시에 사무실을 비우고 가족과 저녁을 함께했다고 한다.
TV와 생활가전사업 등이 포함된 CE 부문은 지난 22일 ‘불~끈데이(Day)’를 진행했다. 불끈데이는 경상도 사투리로 ‘불을 끈다’를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불끈’은 윤부근 CE 부문 대표의 별명이기도 하다.
CE 부문은 매월 넷째 주 금요일을 불~끈데이로 정해 직원들의 정시 근무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최근에는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팀장급 임원들이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를 탐방하고 돌아왔다. 기업 문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인사 혁신안은 6월 중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컬처 혁신이 착근(着根)하느냐의 여부는 국내 대기업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관심이 뜨겁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하드웨어(hardware)’ 개편을 위해 3년 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재편 작업도 최근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2013년부터 주도한 15차례의 사업재편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3년간 비주력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합병하는 등 전자·금융·바이오의 세 축으로 새롭게 판을 짜고 있다.
삼성이 최근 껄끄러운 관계인 애플에 대규모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부회장의 한발 앞선 현장경영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애플의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본 OLED 핵심 장비회사인 캐논 토키의 CEO를 만나 장비 독점공급을 받아낸 게 계약 성사의 결정적 성공 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분기 삼성전자의 ‘깜짝 실적’은 갤럭시7 조기 출시 승부수 등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 13년 만에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스마트폰의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28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1분기 영업이익 6조6800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