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5월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할 당시의 연극 ‘오구’. 아들 역의 오달수(앞)와 노모 역의 강부자(뒷줄 왼쪽 두번째)가 열연중이다.  연희단거리패 제공
지난 2000년 5월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할 당시의 연극 ‘오구’. 아들 역의 오달수(앞)와 노모 역의 강부자(뒷줄 왼쪽 두번째)가 열연중이다. 연희단거리패 제공
연극 ‘오구’는 죽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가족극으로, 1990년 2월 부산 가마골 연극실험실에서 초연됐다. 연극은 슬픔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초상 풍경을 신명 나는 ‘삶’의 한 과정으로 바꿔놓는다. ‘죽음’을 맞이하는 비통한 순간에 오히려 왁자지껄해지는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가 담긴 것. 같은 해 일본 도쿄(東京)국제연극제와 이듬해 독일 에센세계연극제에 초청되었으며, 1993년에는 서울로 진출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지금까지 26년째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이자 한국 대표 연극으로 자리 잡았다.

극은 전통 샤머니즘인 굿을 연극 무대로 옮겨왔다. 낮잠을 자다 염라대왕을 만난 노모가 아들을 불러 “굿판을 벌여달라”고 조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제목 ‘오구’는산 자의 무병장수와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전통 굿인 ‘산오구굿’의 줄임말이다. 굿의 형식을 빌려온 연극은 산 자들의 연희, 죽음의 형식, 산 자를 위한 난장(亂場) 등 8장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무대 위에서 재연되는 전통적인 염습과 초상집 꾸미기, 곡, 조문 등은 무섭고 꺼림칙하다기보다는 삶의 역동성을 창출하는 코미디로 치환된다.

오구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배우는 강부자, 김소희(현 연희단거리패 대표), 오달수 등이다. 강부자는 1997년부터 노모 역할을 맡아왔으며, 오구를 더욱 대중화시켰다. 또한 지금은 ‘천만 요정’ 등으로 불리며 영화 ‘대배우’의 주연을 맡은 오달수 역시 연희단거리패 단원 시절, ‘오구’의 문상객을 맡아 무대 생활을 시작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관련기사

박동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