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이제는 셋이 둘러앉았다. 장충동의 요정 ‘국선집’ 방 안에는 서동수와 국정원 1차장 박병우, 그리고 안병관까지 셋이다. 앞에 놓인 상에는 산해진미가 쌓였지만 셋은 아직 젓가락도 들지 않았다. 상석에 앉은 서동수가 박병우를 보았다. 이번 만남은 박병우가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때 박병우가 말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순간 서동수와 안종관이 숨을 삼켰고 박병우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여당인 한국당은 그야말로 웰빙 정당입니다. 집권 2기 10년에 이어서 다시 서 장관께서 남한의 연방대통령 후보와 남북한 연방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자 벌써부터 권력 나눠 먹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박병우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갔다.
“장관께선 당 안팎 인사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으시지만, 이미 한국당 내부는 성서(聖徐), 진서(眞徐), 친서(親徐) 3개 조직이 구성됐고 나머지는 열심히 이 조직에 합류하려고 운동 중입니다.”
“이런.”
기가 막힌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안종관한테서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종관이 시선을 내린 것은 본인도 모르는 일이라는 증거다. 다시 박병우가 말했다.
“계파끼리 벌써부터 이간질과 모략, 밀어내기가 은밀하게 진행 중인데 현재 한국당 하부조직의 인사에 이 파벌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성골이 있어요?”
마침내 참지 못한 서동수가 물었다.
“진골은 또 뭡니까? 그 구분은 어떻게 되고 중심인물이 누굽니까?”
그러자 박병우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긴 숨을 뱉었다.
“성골은 오늘 점심때 만나신 정책위의장 진기섭 의원과 원내총무 오성호 의원이죠. 이 두 분은 장관께서 특별히 신임하고 계시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데다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언급까지 하셨지 않습니까?”
“…….”
“진골은 원내부총무 강동인 의원과 장관님의 고등학교 1년 후배가 되는 백세준 의원이지요.”
“백세준?”
“예, 지난 3월에 한랜드에서 만나셨을 때 헬기장 구석에서 두 분이 한참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지요?”
“그랬던가요?”
“그 장면이 TV에 나왔습니다.”
“난 못 봤는데.”
“한국 TV에 여러 번 재방됐지요.”
“그래서요?”
“무슨 말씀을 나눴느냐고 기자들이 물었는데 백 의원은 웃기만 했습니다. 그것이 백 의원을 진골로 만들었지요.”
“아, 기억난다.”
눈을 크게 뜬 서동수가 박병우를 보았다.
“그때 갑자기 내 어머니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다더군. 그래서 구석으로 갔더니 관절염 치료를 받으시는 병원 원장을 잘 안다고 하더구먼. 자기도 거기 다닌다면서 각별히 부탁을 했다길래 고맙다고 했지.”
그때 안종관이 외면하면서 입맛을 다셨다.
“꼭 사기꾼의 치고 빠지기 수법이군요.”
“아아, 그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둔갑했을 겁니다.”
정색한 박병우가 말을 이었다.
“입 다물고 가만있어도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할 것이고요. 그래서 백세준이 졸지에 진서가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