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시 비리

지난 2012년 야구계의 대형 입시비리 스캔들이 터졌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롯데를 이끌었던 양승호 전 감독이 야구 특기생 입시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양 전 감독은 고려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 중이던 2009년 ‘입학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모 고교 야구부 감독에게서 1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정진호, 이광은, 천보성 등 프로야구 지도자 출신의 대학 감독들이 구속돼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입시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입시비리가 불거졌다. 연세대 야구부 감독과 고교 야구부 감독, 학부모 등이 입시비리로 인해 경찰의 수사를 받아 입건됐다. 연세대 감독 A 씨는 평균자책이 9점대인 투수를 입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엔 입학 청탁과 함께 학부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고려대 야구부 감독이 입건됐다.

돈을 받고 진학시키는 건 입시비리의 기본 유형. ‘끼워 넣기’도 있다. 우수한 고교 선수를 대학에 진학시키면서 기량이 떨어지는 다른 학생 선수를 함께 그 대학에 입학시키는 걸 뜻한다. 모 고교 감독은 이 과정에서 기량이 떨어지는 학생의 부모로부터 대학 입학 대가로 4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가 적발됐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연세·고려대 등은 1억 원 이상, 그 외 서울 소재 대학은 5000만∼7000만 원을 들여야 입학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지난해 9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구 선수와 대학 감독이 돈으로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체육계 비리가 만연해 있다. 연세대 1억 원, 한양대는 7000만 원, 동국대는 5000만 원 등 가격이 정해져 있는 사실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더는 비밀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입시비리는 야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수영계 비리 수사 결과에 따르면 수영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수억 원의 뇌물이 오갔다. 돈을 주고서라도 국가대표가 되려는 건 국가대표 경력이 대학 입학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모 고교 농구부의 전 감독 A 씨는 “서울 소재 대학에 학생을 진학시켰는데, 2학년 때 농구부에서 잘렸다”며 “그러자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와 ‘(대학 입학을 위해 건넸던 돈의) 절반을 돌려주지 않으면 입시비리를 폭로하겠다’고 겁을 주기에 되돌려준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체육계 입시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건 지도자, 그리고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 공생’에 비유된다. 학부모는 ‘뒷돈’을 주고 자녀의 대학 입학을 보장받는다. 고교 지도자는 학부모로부터 받은 돈을 대학 감독에게 전달하면서 일부를 ‘로비’ 명목으로 챙기고, 또 진학률을 높일 수 있다. 고교, 대학 지도자의 경우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다.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지 고교, 대학에서 해고 통보를 하면 물러나야 하기에 금전적인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아주 오래전부터 대학 진학과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아왔기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입시비리의 경우 다른 학생의 대학 진학 기회를 빼앗는 셈이 되므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체부는 지난 3월 고질적인 체육특기자 입학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입시비리에 연루된 지도자와 학생 선수 등 관계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해 영구제명하고, 입시비리가 발생한 대학 운동부의 대회 출전을 정지시키기로 했다. 또 입시비리 학생 선수의 대학 입학을 취소하도록 근거 규정을 대학 학칙에 반영하고 학부모는 배임수증죄 등을 적용해 처벌키로 했다. 또 대학에 대해선 입시비리 정도에 따라 정원의 10% 이내에서 모집 정지 및 지원 사업 중단·삭감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소속 대학에 대한 운동부 지원금(40억 원)을 입시비리 발생 대학에 주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입학전형 과정의 평가 객관성을 강화하고 경기실적증명서 발급 체계를 개선하기로 했다. 입학전형에 경기실적 등 객관적인 평가 요소를 최대화하고, 실기와 면접 등 정성적 평가 요소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대학 모집요강에 각 대학에서 선발하려는 인원을 종목별, 포지션별로 구체적으로 명시해 투명성을 확보키로 했다. 이번 대책은 올해 8월 발표되는 2019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체육 입시비리 대책을 내놓았지만, ‘관행’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리지 않는다면 근절되기 어렵다. 게다가 고교와 대학 지도자들은 선후배로 얽혀 있어 청탁을 주고받기가 용이하고, ‘비밀 보장’도 잘된다.

한 원로 야구인은 “대학 입학 과정에서 돈이 오가는 게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관행이고, 친하기에 돈을 주고받아도 괜찮다는 그릇된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입시비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부턴 입시비리로 적발되면 곧바로 퇴출당하므로 오히려 ‘뒷돈’의 액수가 많아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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