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혁은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양준혁은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말을 듣곤 했다. 1993년 프로야구에 데뷔, 2010년까지 통산 타율 0.316을 남겼다. 프로에서 18년간 활약했고, 15차례나 3할 타율을 넘겼다. 국내 프로야구 최다인 개인 통산 2318개의 안타를 때렸다.
양준혁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9년 연속 3할대 타율을 유지했으나, 2002년 0.276에 그쳤다. 2008년 0.278, 은퇴 직전 시즌인 2010년에도 0.239였지만 당시 그의 나이는 39, 41세였다. 전성기를 달리다 제동이 걸린 2002년 그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타격 폼을 바꿨다. 이른바 만세타법을 개발했고,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다시 3할 행진을 이어갔다.
만세타법의 핵심은 스윙할 때 공을 맞히는 임팩트 직후 배트에서 왼손을 떼는 것이다. 대개는 폴로스루로 마지막 순간에 왼손을 놓는다. 그래서 양준혁의 만세타법은 마치 한 팔, 즉 오른손으로만 타격하는 것처럼 보인다. 왼손을 일찍 떼기에 왼손과 오른손 모두 스윙이 끝나면 어깨 위로 올라오게 되고 그래서 만세타법으로 불린다.
박병호는 파워가 뛰어나기에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투구를 밀어쳐 담장을 넘긴다. 그런데 몸쪽으로 붙는 공엔 약했다. 지난해부턴 몸쪽으로 붙는 투구가 들어올 땐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여 스윙한다.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이기에 팔을 쭉 펼 수 없고 손목의 힘을 활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지만, 박병호는 몸통의 회전력으로 담장을 넘긴다. 그리고 타격 과정에서 왼쪽 다리를 살짝 들어 앞으로 내디딘다. 무게중심을 뒤쪽에 놓기 위해서다. 박병호는 몸쪽 공에 약했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면서 무결점 타자로 진화했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미네소타 트윈스는 넥센에 1285만 달러라는 거액의 포스팅 금액을 주고 박병호를 데려갔다.
2016년 시즌이 개막된 뒤 박병호의 타격자세에 ‘시비’를 거는 매체가 있었다. 미국의 블리처리포트는 박병호가 타석에서 앞쪽, 즉 왼발로 땅을 툭툭 치는 토탭과 레그킥을 한다며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위해선 토탭과 레그킥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도가 나온 날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5일. 박병호는 14일까지 25타수 4안타로 타율 0.160, 1홈런에 그쳤고 부진의 이유로 토탭과 레그킥이 꼽혔다. 그러나 토탭과 레그킥이 몸통스윙의 한 부분이란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박병호는 15일부터 44타수 12안타로 타율 0.273과 5홈런을 날렸다. 14일까지와는 180도 달라졌다. 메이저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박병호의 타격자세를 문제 삼는 일은 사라졌다.
양준혁과 박병호는 만세타법과 몸통스윙이라는 독특한 비법을 창조했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자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기에 위대한 타자의 반열에 올랐다. 양준혁은 은퇴했지만 박병호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박병호의 전매특허인 몸통스윙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위력이 커지고 있다.
jh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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