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떻게 되든 당장 보이는 건 제 눈앞의 권력이겠지.”

쓴웃음을 지은 서동수가 한 모금에 소주를 삼켰다. 이곳은 성북동 안가. 박병우와 헤어진 서동수가 지금은 안가에서 술을 마시는 중이다. 앞에는 안종관과 비서실장 유병선이 앉아 있다. 머리를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그럼 당신들은 뭐야? 특성서(特聖徐)인가?”

“나 참.”

입맛을 다신 유병선이 곧 길게 숨을 뱉었다.

“무슨, 성경책 특제도 아니고…….”

“성서보다는 우위지, 자네들이.”

서동수가 말을 받았더니 안종관이 정색했다.

“장관님, 이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 국민이 염증을 내고 그 표적은 장관님이 되십니다.”

“아니, 장관님이 왜?”

유병선이 눈을 치켜뜨고 안종관을 보았다.

“장관님이 그, 성경책 들고 다니는 놈들한테 무슨 힌트라도 주셨단 말이오? 그놈들이 멋대로 호가호위하는 것 아뇨?”

“주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안종관도 정색하고 유병선을 보았다.

“오해의 소지를 여러 번 만들어 주셨어요.”

“맞아.”

서동수가 선선히 머리를 끄덕였으므로 둘은 입을 다물었다. 유병선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내 책임이야. 그들이 나한테 충성을 바친다고 그렇게 했겠지만 이러다간 다 망해.”

“맞습니다.”

안종관이 크게 머리를 끄덕였을 때 유병선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장관님, 국가를 경영하시려면 측근이 필요한 법입니다. 저희는 정치력도 부족하고 그들과 비교하면 하수(下手)올시다.”

안종관이 숨을 들이켰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유병선의 말이 이어졌다.

“성서파, 진서파를 다 제지하시면 운용할 세력이 없습니다. 친서파 몇 명과 함께 대한연방을 경영하실 겁니까?”

유병선의 시선을 받은 서동수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이제 알겠다.”

서동수가 길게 숨을 뱉었다.

“이래서 독재자, 불통 지도자가 만들어지는구나.”

제 말에 머리를 끄덕이면서 서동수가 말을 이었다.

“유 실장의 말에 하자가 없어. 성서파, 진서파는 일단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최측근이 될 테니까. 내가 권력이 있는 한 말이지.”

“같이 대한연방을 세운 동지가 되기도 할 테니까요. 당연히 지분을 받아야겠지요.”

유병선이 맞장구를 쳤다.

다시 머리를 끄덕인 서동수가 안종관을 보았다.

“대한연방은 나, 또는 성서, 진서, 친서파의 습득물이 아냐. 주인은 남북한 주민이다.”

제 말이 우스운지 서동수가 빙그레 웃었다.

“욕심이 독재자를 낳고 불통 지도자를 만든다. 난 다 버린다.”

둘은 숨을 죽였고 서동수가 잔에 소주를 채우면서 말했다.

“난 소주 먹고 괜찮은 여자 만나서 오입하는 것으로 족해. 대한연방의 영광은 다 국민에게 뒤집어씌운다.”

술잔을 든 서동수가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내일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성서, 진서, 친서 대열에 낀 놈들은 파당주의자, 국가에 대한 반역행위자로 간주한다고 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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