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프로축구 선수 등 47명이 승부 조작과 관련, 무더기로 영구제명됐다. 브로커들은 선수들에게 고의로 실책을 범할 것을 주문했고, 선수들은 그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 김동현, 최성국까지 승부 조작에 연루돼 파장은 더욱 컸다. 이 과정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듬해엔 프로배구, 프로야구가 승부 조작으로 홍역을 앓았다. 프로배구에선 남녀 전·현직 선수 16명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가담했고, 이 가운데 11명의 현역 선수는 영구 제명됐다. 프로야구는 김성현과 박현준이 경기를 조작해 영구 제명됐다. 프로야구는 출전 선수가 많아 승부 조작이 어렵지만, 이들은 자신이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브로커와 사전에 약속한 대로 1회 볼넷을 내주는 방식으로 경기를 조작했다.
2013년엔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스타 출신 사령탑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승부 조작으로 구속됐고 실형이 선고됐다. 강 전 감독은 브로커를 통해 4700만 원을 받고 주전 대신 후보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였다. 프로스포츠 감독이 승부 조작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강 전 감독이 처음이다. 프로농구는 지난해 9월에도 물의를 빚었다. 전·현직 프로농구 선수 12명이 승부 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불구속 입건됐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의 경우 대부분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돼 승부 조작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A-B팀의 경기에서 A팀 승리에 큰돈을 걸고 브로커를 매개로 고의로 패배하도록 B팀 선수나 지도자를 매수하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5월 기준으로 불법 스포츠 도박 시장 규모는 31조1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합법 투표권 시장 규모의 9.5배에 이른다.
승부 조작은 아마스포츠에서도 횡행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서울시태권도협회 전 회장 임모(63) 씨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허위로 승단심사를 하거나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2013년 5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A 선수를 탈락시키기 위해 부당한 경고를 남발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A 선수는 당시 경고 누적으로 패했고 그의 부친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2월엔 아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승부를 조작한 대학 유도부 B 감독에게 벌금형을 선고됐다. B 감독은 고교대회에서 아들과 맞붙게 된 상대 선수의 지도자를 찾아가 “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입상성적이 필요하다”며 져줄 것을 청탁했다. 그의 아들은 우승했고 대학에 입학했지만 수사 결과 승부 조작이 확인돼 대학 입학은 취소됐다. 프로스포츠와 달리 아마추어, 특히 학원 스포츠는 대중의 관심을 덜 받기에 훨씬 더 광범위하게 승부 조작이 이뤄지는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판단하고 있다.
승부 조작은 그 특성상 입증하기가 어렵다. 고의로 실책을 했는지, 아니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책을 했는지를 확실하게 구분할 방법이 없다. 다음 경기나, 보다 비중이 큰 게임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경기에서 주전을 빼고 후보를 기용했다고 주장하면 반박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나 승부 조작은 스포츠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스포츠의 생명은 페어플레이기 때문이다. 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하지만, 승부 조작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사기극에 해당한다.
승부 조작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선후배의 서열이 중시되는 체육계의 독특한 풍토다. 선배에게 복종하는 데 익숙하기에 승부 조작과 같은 부정한 요구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상위 조직에 있는 선배의 청탁을 거절했다가는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 감독의 승부 조작 청탁을 고교 감독이 거절하면, 대학 감독은 그 고교 출신자를 선발하지 않는 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 선수, 감독, 심판 등이 모두 지인 사이여서 의외로 쉽게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종목별 경기단체의 간부 등 주요 인사가 개입할 경우 간부의 간단한 농담조차 압력으로 작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리고 체육계에선 학연, 지연이 중요한 인간관계의 연결 고리이며 평소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는다. 게다가 승부 조작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지난해 프로농구 승부 조작은 유도 선수가 상무에서 알게 된 농구 선수에게 “(특정 경기에) 베팅했으니 실수 좀 해라. 나중에 술 한잔 사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뤄졌다.
프로스포츠와 대한체육회는 승부 조작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승부 조작을 가벼이 여기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승부 조작은 근절될 수 없다. 그런데 돈, 청탁이 오가지 않더라도 사실상 승부 조작과 다름없는 장면은 자주 연출된다. 포스트시즌 진출·탈락이 확정되거나, 경기 도중 승패가 기울었을 경우 주전을 빼고 후보를 기용하는 일은 흔히 일어난다. 이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KL) 총재는 “어떤 경우라도 주전을 빼선 안 된다. 이런 건 정말 못하게 해야 한다. 관중들은 주전 선수의 경기를 보러왔기 때문이다. 관중이 1명뿐이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워크숍에 참석, “승부 조작,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자는 영구히 추방하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