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한·이란 수교 이후 국가 정상의 첫 상대국 방문임은 물론 비(非)이슬람권 여성 국가지도자의 첫 이란 국빈방문이라는 ‘외교사적 의미’에 걸맞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양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의 요철(凹凸)을 잘 맞췄다는 점에서 호혜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경협(經協) 부분은 아직 양해각서(MOU)나 가계약 상황이고, 북핵(北核) 반대 역시 완곡한 표현의 공감대 수준이다. 이제부터 후속조치를 잘 추진해 내실을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2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슬람 율법국가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면담함으로써 정상외교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이란에서 최대 456억 달러(약 52조 원)에 이르는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 경제 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MOU도 체결됐다. 대부분 철도·도로·정유 등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졌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들이어서 더욱 바람직하다. 반면 이란으로서도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 이후 사회간접자본(SOC) 등 인프라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투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이다.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반대를 끌어냈다는 사실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한반도나 중동에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는데, 북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란은 1980년대 북한으로부터 26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도입했으며, 반미·반제국주의 공감대도 함께 해왔다. 하메네이는 이란 대통령이던 1989년 5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회담했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12년과 2013년 테헤란을 방문한 바 있다. 북한은 이란과 1983년 탄도미사일 개발 상호지원 협정을 맺었을 정도의 커넥션을 유지해 왔다.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경제 실리를 바탕으로 북한을 견제하는 ‘중동판 북방정책’ 성격도 지닌다. 그러나 서방 기준과 전혀 다른 사업 행태를 의미하는 ‘인저이란(이란스타일)’을 잊어선 안 된다. 민·관이 합심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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