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 서강대 교수·경영학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사업자 간 공방은 갈수록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찬반으로 나뉜 학계의 갑론을박(甲論乙駁)도 끊이지 않고, 노조와 일부 진보적 시민단체 등도 가세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 안에 방송통신산업 발전이라는 미래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끼어들 자리는 좁아 보인다. 포화된 시장에서 유리한 규제 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낯 뜨거운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정보기술(IT) 3대 기업(BAT: Baidu, Alibaba, Tencent)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배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업계 1위 O2O(Online to Offline) 기업인 알리바바의 메이퇀(美團)과 2위 톈센트(騰訊)의 다중뎬핑(大衆点評)이 합병을 통해 바이두(百度)의 누오미(糯米)와 대적하는 한편, 바이두와 톈센트는 유통 업체인 완다(萬達)그룹과 손잡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닷컴(Alibaba.com)과 경쟁하고 있다. 또한, 바이두가 투자한 우버차이나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택시 애플리케이션 1, 2위 업체인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디디다처(滴滴打車)가 합병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저지와(井底之蛙) 수준에 머물러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공동으로 2차례에 걸쳐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에 M&A에 반대하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 주장의 설득력은 차치하고라도, M&A를 저지하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 업계의 보편적 시각이었다. 한편, CJ헬로비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 직원이 각각 합병 주총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를 순수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것은 해당 기업의 정략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 때문이다.

이러한 사업자 간 도를 넘는 네거티브 싸움은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왜곡한다. 그새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및 미디어 업계는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합종연횡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비단 M&A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적 사안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른 논리적 설득이 전제돼야 한다.

그간 M&A 관련 공론의 장(場)은 충분히 있었다. M&A 발표 이후 국회와 학계, 시민단체 등이 주관하는 토론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M&A 심사를 주관하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전문가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의견 수렴도 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개진 기회는 충분했다. 수차례의 토론회 등이 마련됐지만 기존 주장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이전의 주장이 계속 반복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식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여론몰이를 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M&A를 저지하고 지연시키기 위한 ‘몽니’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ICT 경쟁력을 확보한 것은 정부의 선도적 정책과 사업자 간 치열한 경쟁의 결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M&A를 둘러싼 작금의 논쟁은 성장동력을 상실해 가는 방송통신 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M&A 논쟁이 더욱 혼탁해지고 심사가 지연될수록 우리나라 ICT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후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M&A를 둘러싼 비정상적 행태와 불필요한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정책 당국의 조속한 의사결정이 더욱 요구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