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발레리노 전준혁이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김기민(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서희(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강효정(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박세은(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등 이미 많은 한국인이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발레 한류’라고 부를 만큼 국제 콩쿠르 입상도 잦아졌지만, 전준혁의 수상은 약간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수상을 기해, 세계적인 권위의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가 올해부터 한국에서도 예선을 치르겠다고 한 것도 의미가 크지만, 전 그가 영국 웨스트엔드 히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한국 초연(2010) 당시 1대 ‘빌리’로 선발된 이력에도 눈길이 갑니다.

동명 영화(2000)로도 잘 알려진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리노를 꿈꾸는 탄광촌 소년의 성장기로, 로열발레단의 무용수 필립 말스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더욱 감동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연소 ‘빌리’이자, 극장에서 개봉한 공연실황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라이브’(2014)의 주인공 엘리엇 한나의 팬이기도 합니다. 한나는 10세에 데뷔해 극 중 빌리의 나이(11세)를 넘긴 지난해, 12세로 (잠정) 은퇴(?)했습니다.

전준혁은 당시 발레에 열중하기 위해 자진 하차, 끝내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지금 영국 로열발레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빌리가 주변의 비웃음과 어려움을 딛고 합격한, ‘발레리노의 꿈’인 바로 그 학교입니다. 이곳에서 정규 코스를 밟는 한국인 발레리노는 그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드라마 같은 이 우연이 더 흥미로운 건, 마침 빌리 엘리어트의 재공연 소식이 들려서입니다. 내년 개막을 목표로 하니, 7년 만이군요. ‘빌리 마니아’들은 ‘격하게’ 환영 중입니다. 그리움을 참지 못해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까지 찾아가 오리지널 공연을 보고 온 이른바 ‘빌리 폐인’도 많다죠.

2005년 런던에서 초연한 빌리 엘리어트는 10년간 11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 팝스타 엘턴 존이 작곡한 서정적인 음악과 탭 댄스·발레를 넘나드는 역동적인 춤이 일품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안무가 매슈 본의 ‘백조의 호수’가 성인 발레리노와 어린 빌리의 이중 무(舞)로 표현되는 신은 뮤지컬 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입니다. 무용과 뮤지컬 꿈나무들의 순수한 열정이 발산되는 무대라는 점도 매력적이죠. 지금까지 전 세계 총 94명의 소년이 ‘빌리’가 됐습니다.

한국 공연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오디션이 진행 중입니다. 또 어떤 ‘빌리’들이 날아오를지 가슴이 뛰네요. 그 속엔 필립 말스덴도 있고, 엘리엇 한나도 있고, 전준혁도 있을 것 같습니다.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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