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장수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나”(노무현) “손학규 영입은 정치적 매춘행위”(정청래) “손학규가 민주 개혁세력 정체성에 맞나”(이해찬) “손학규는 산업 스파이 같은 느낌”(김어준).
지난 2007년 손학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탈당,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했을 때 친노 인사들이 보인 반응이다. 이물질이 끼어들어 왔다는 분위기다. 손 전 대표는 이후 야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하며 두 차례 당 대표를 맡았고 재·보궐선거 차출에도 기꺼이 응했다. 그러나 친노 운동권 세력은 지금도 손 전 대표를 자신들의 ‘동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구에서 역사를 만든 김부겸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었을 때만 해도 이종교배(異種交配)는 활발했다. 이종찬·김중권 등 평생 여당에 몸담았던 인사들을 요직에 배치했고 DJP 연합도 이뤄냈다. 그만큼 타 세력에 개방적이었고 순혈주의를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으로 유입되면서 운동권 출신 그들만의 강고한 스크럼이 짜이기 시작했다. 운동권 출신이 아니면 당에서 발언권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그들만의 강력한 끼리끼리 문화가 형성되다 보니 손 전 대표처럼 과거 운동권 출신임에도 여당에 몸담은 적이 있으면 배척됐다. 지난 19대 총선만 봐도 외부수혈은 운동권 출신에 한해 이뤄졌다.
운동권의 뿌리 깊은 양대 파벌인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출신들은 둘만 있으면 서로 원수처럼 싸우다가 비운동권 세력과 싸울 때는 힘을 합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이질적인 사람이 들어오면 공통점보다는 기어코 다른 점을 찾아내 그 부분을 집중 부각하고, 결국 떨어져 나가도록 만든다. ‘배제의 정치’가 몸에 배어 있다. 이런 것이 쌓여 ‘친노 패권주의’라는 경향성을 만들었고, DJ 이후 야권의 주도권을 계속 잡아나가는 비결이다.
안철수 의원과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친문 지배력이 위협받을 수 있던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지난 1월 15일 파격적으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출신의 김종인 대표를 구원투수로 모셨다. 기존 야당의 주류인 운동권과 상극인 김 대표를 내세워 당의 변화를 도모했고 이 전략은 주효했다. 친노는 김 대표를 ‘경제민주화님’이라며 극진히 환영했고, 국보위 출신과 같은 과거 문제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아량도 보여주었다. 어쨌든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123석의 원내 1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승리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본색(本色)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배제의 정치’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5일이 김종인 비대위 대표 취임 100일이니, 오랫동안 참은 셈이다. 논란 끝에 8월 전당대회 개최로 곧바로 퇴출되는 모양은 피했지만 김대표가 “예의를 갖춰달라”고 할 정도로 방식이 거칠다.
“김종인이 호남 사람 화나게 해 역풍 불었다”(정청래)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추미애) “먹튀 투기 자본이 우리 당에 들어온 것 같다”(이용득) “노인은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손혜원)는 비난을 퍼부으며 과거 손 전 대표에게 했던 방법을 쓰고 있다. 역할이 끝났으면 자리를 비켜줘야지 눈치 없이 계속 있느냐는 뜻이다. 대선까지 맡아 달라고 했던 문 전 대표는 양산으로 내려가기 전 김 대표에게 사실상 대표직에서 내려올 것을 요청하며 결별 순서를 밟았다.
친노의 정치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우리가 하는 것은 다 옳다’는 독선(獨善)이다. 우리 편은 무슨 일을 해도 괜찮고 남이 하면 안 된다. 문 대표 시절 재·보선에 연전연패했을 때 친노는 책임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 대표가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호남 패배 책임만 부각하고 있다. 둘째, 친노 이외의 대선 경쟁자는 가차 없이 배제한다. 손학규·안철수가 그렇게 물러났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지지를 철회하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총선 후 없던 일이 됐다. 아쉬울 땐 간도 빼줄 듯하다가 용도가 다하면 팽(烹)하는 친노·친문의 습성이 더 강고해졌다. 민심은 오만도, 위선도, 거짓도 귀신같이 심판한다는 것을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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