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마련인 항공기 충돌의 위기(危機)가 빈발하는 것은 기강 해이의 적나라한 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374명이 탄 대형 여객기 2대가 충돌 직전에야 가까스로 멈춰 섰다.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싱가포르항공 SQ9616편은 이륙을 위해 시속 250㎞로 달리다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행 대한항공 KE929편이 같은 활주로 진입을 시도하는 바람에 “즉시 멈추라”는 관제탑 명령으로 충돌 직전 급제동했다.

진입로를 활주로 북단으로 통보한 관제탑 명령에 “알았다”며 복창까지 한 대한항공 조종사가 엉뚱하게도 남단으로 진입을 시도한 것부터 황당하다. 지난 2월 파업을 결의하고 운항 횟수를 유지하면서 필수 업무만 수행 중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이른바 ‘준법투쟁’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조종사와 부조종사를 당장 교체하지 않고 예정대로 행선지를 향해 비행을 하게 한 대한항공 측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공항 관제탑 또한 나사가 빠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명령과 다른 유도로 진입 즉시 제지하지 않고 충돌 위기의 진입로에 접근하기까지 방관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책임도 무겁다. 활주로에서 항공기 충돌 위기가 2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반복됐다는 것은 ‘안전 대책’이 말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지난 3월 18일 청주국제공항에서도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의 정지선을 넘었다가, 착륙 후 활주로를 달리던 중국 남방항공 여객기와 충돌할 뻔했다. 공항·항공사·국토부 모두 책임감을 갖고 항공기 충돌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실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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