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묶은 특별한 연휴가 지나갔다. 인간을 생물학적 기준으로 놓고 보면, 자꾸 뛰어다니려는 세대와 자꾸 누워 있으려는 세대가 사흘 간격으로 세월의 경중(輕重)을 함께 기념한 셈이다. 어린이들은 틈만 나면 뛰어다니려고 한다. 신체 모든 조직의 생성 속도가 빠르고, 체력은 치성(熾盛)하는데 아직 인생에 큰 방향성은 없으니 몸이 끌리는 모든 것에 다 반응해 보는 것이다.

반면에 어버이들은 자꾸 누워 있으려 한다. 인생 경험이 많으니 자기 주관이 분명해서 하고자 하는 일은 산더미인데 마음만큼 몸이 안 따라주니 수시로 몸이 방전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주요한 활동기간은 걷는 것이 생리적으로 가장 왕성하고 자연스러운 20대부터 40대까지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인간이 자신에게 내재된 프로그램을 최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작업환경은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걷기가 가능한 상태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프로그래밍 환경을 최적화(optimization)한다. 소프트웨어(생각)와 하드웨어(행동)가 서로 잘 연동하는지, 특별한 마찰이나 잉여 요소는 없는지 꼼꼼하게 점검해보는 과정이 걷기를 통해 이루어진다. 마치 우리가 새 컴퓨터를 구입할 때 인터넷이나 동영상 등 여러 기능을 시험 가동해보고 나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조율(tuning)하는 것과 같다.

요컨대 인간이 걷기가 제대로 학습·실행되지 못한다면 네트워크 환경에서 최적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사용자 환경’과 ‘시스템 환경’의 편차와 오류가 커져 불안정한 상태가 반복·누적되는 것이다.

삶이 하나의 프로그래밍 과정이라면, 인간은 걷기에서부터 기초 코딩(coding·알고리즘을 특정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술) 학습이 필요하다. 현재 인간(Homo)의 운영체제(OS)는 직립보행을 통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걷는 것이 분명하고 자연스러우면 인간 행위 역시 경위(經緯)에 어긋남이 없으니, 이를 ‘경행(經行)’이라고 한다. 무작정 걷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걷는 법이 중요한 것이다. ‘경행’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평소 사람들의 걷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현재의 신체 상태와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만큼 걸음걸이 하나에 한 인간이 중력을 이겨내는 모든 데이터 처리 방식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경행은 첫째 시선(視線)이 분명해야 한다. 걸으면서도 자꾸 산만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반대로 땅만 보고 걷는 유형이 있다.

요즘 거리에는 손에 쥔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걷느라 마주 오는 사람뿐 아니라 바로 옆 사람과도 충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휴먼OS’ 중에서 9번, 12번 회로가 불안정한 경우다.

동의생리학에서는 궐음(厥陰) 기능이 불안정하다고 하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매사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살아가기 쉽다.

소위 제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인생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인생관이 학습될수록 도리어 뜻하는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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