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이 풀어주는 영화 ‘곡성’ 궁금증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영화는 ‘추격자’(2008년), ‘황해’(2010년) 등 현실적인 인물들을 내세워 명료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나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소 애매하게 풀어냈다. 또 종교적 배경에 철학적 메시지를 녹여 넣어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곡성파출소 경찰인 종구(곽도원)는 이른 새벽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현장에는 온몸에 괴상한 수포가 덮여 있는 용의자가 피칠갑을 한 채 넋을 잃고 앉아 있고, 주위에는 처참한 사체들이 널려 있다.
이후 비슷한 사건이 이어지고, 경찰 감식반은 야생 버섯 중독으로 결론을 내리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 일들이 얼마 전 낯선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마을로 들어온 후 벌어진 것이라며 그를 의심한다.
어느 날 종구 앞에 사건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이 불쑥 나타나 ‘외지인이 범인’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던 중 종구의 딸까지 사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종구는 외지인을 찾아 산 속으로 들어간다. 딸의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종구는 용하다는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판을 벌인다. 일광은 종구에게 “만나지 말아야 할 누군가를 건드렸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초반부터 강렬한 분위기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156분의 긴 러닝타임 동안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간다. 또 적절한 유머를 배합해 관객에게 적당히 쉬어 갈 여유도 제공한다. 하지만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선’과 ‘악’의 경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도 누가 ‘악인’인지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나 감독에게 세 작품을 거치며 점차 모호해지는 작품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나는 이 영화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영화가 끝이 났음에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결말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제 영화를 깊이 있게 보셨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모호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고, 다만 이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은유 장치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또 성경 구절을 자막으로 보여주며 시작해 천주교의 구마(驅魔·귀신을 쫓는 일) 느낌도 살짝 비치고, 기저에 무속신앙을 깐 것에 대해 그는 “종교적 부분은 당연히 설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여러 은유 중 종교가 가장 큰 축을 차지한다.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구체화하다 보니 사고가 깊어졌다”며 “하지만 이 영화는 사전 정보가 아예 없이 보는 게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믿음’과 ‘의심’이라는 철학적 메시지가 나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 물었다. 그는 “감히 ‘철학’이라는 말을 써도 될지 모르겠다. 새롭고 심오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줄을 잡아야 할지 갈등하는 전래동화의 ‘썩은 동아줄’ 이야기다. 또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하던 긴 고무줄 뽑기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도 매일 어떤 사람을 믿어야 할지 헷갈리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 영화는 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글·사진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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