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산머루 정보화 마을을 찾은 삼성카드 직원 가족들이 사과밭에서 꽃 솎아내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지난 4월 23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산머루 정보화 마을을 찾은 삼성카드 직원 가족들이 사과밭에서 꽃 솎아내기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파주 산머루 정보화 마을 - 삼성카드 ‘열린버스’

공기가 달랐다. 가슴 가득 공기를 채우자 몸속으로 봄이 밀려 들어왔다. 노란 민들레가 지천이었다. 높이 달린 초록색 나뭇잎들은 빛을 튕겨내며 스스로 빛을 내는 듯 보였다. 얼음에서 풀려난 시냇물이 조심스럽게 고랑을 적셨다. 조심성 많은 흑염소들도 강아지만 한 제 새끼들을 볕 아래 풀어 놓고 졸고 있었다. ‘경기 5악(岳)’이라는 감악산도 나그네가 옷을 벗듯 4월의 봄기운에 거친 기세를 잠시 내려놓았다.

지난 4월 23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객현리 산머루 정보화 마을에는 봄이 완연했다.

“하차하겠습니다.”

버스 창을 열어 놓고 봄에 취해 있는데 인솔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날 삼성카드 직원들은 ‘열린버스’를 타고 봉사활동을 위해 산머루 정보화 마을을 찾았다.

삼성카드가 이곳과 1사1촌 자매결연을 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자매결연 후 삼성카드 직원들은 1년에 2∼3차례 마을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10세 안팎의 ‘꼬맹이’들도 부모의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렸다. 처음에는 직원들만 마을을 방문했지만 주말 봉사활동이 ‘업무의 연장’으로 느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최근에는 가족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의 손을 잡은 아버지의 얼굴에서 주말 늦잠에 대한 아쉬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신이 난 아이들이 달렸다. 아이들도 삼성 봉사활동의 전매특허인 파란색 조끼를 입었다.

“뭐하는 거지요?” 기자가 묻자 아이들은 “꽃을 캐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서성도(63) 씨의 6000㎡(약 1830평) 사과밭에서 아이들은 ‘꽃’을 캤다. 호미를 들고 한 뼘쯤 자란 민들레를 뿌리째 뽑고 있었다. 어른들은 검은 비닐을 사과밭에 깔았다.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서 씨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검은 비닐을 깔아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는다”면서 “아이들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친환경적인 작업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봉사활동은 마을에 흩어진 6곳의 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미리 마을의 수요를 조사해 일손이 필요한 곳에 7∼8명씩 조를 짜 배정했다. 황동식(59) 씨의 고추밭에서도 비닐 깔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봄처럼 기운이 넘치는 남자아이가 호스 두루마리를 풀며 달렸고 어른들은 그 위에 검은 비닐을 덮었다. 아이들은 몸무게가 가벼워서 밭을 뛰어도 흙이 패지 않았다.

“왜 호스를 먼저 까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 씨는 “비닐 아래 깔아 두는 호스에는 구멍이 뚫려 있어 밭에 물을 대기 쉽다”고 귀띔했다. 일하는 틈틈이 직원들은 가족들과 함께 만개한 벚꽃 아래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땀을 흘리다 보니 훌쩍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흩어졌던 직원들이 다시 마을회관에 모였다. 메뉴는 비빔밥이었다. ‘아이들이 잘 먹지 않을 거 같은데’ 싶었지만 신나게 뛰놀고 난 뒤라서 그런지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테이블마다 요샛말로 ‘빡셈배틀’이 벌어졌다.

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금세 친해진 아이들까지 ‘우리 조가 더 힘든 일을 했다’며 밥알을 튀어가며 너스레를 떨었다. 캐온 꽃을 자랑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이경헌 부장은 “군대 제대하고 농기구를 잡아 본 건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휴전선에서 4㎞ 떨어진 산머루 정보화 마을은 임진강과 감악산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마을의 특산물인 산머루 와인과 산머루 잼 등이 인기가 높아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 되고 있다. 감악산 인근 49만5800㎡(약 15만 평)에서 연간 400t의 산머루가 수확된다. ‘감악산 와이너리’를 운영해 참나무통에 직접 산머루 와인도 숙성시킨다. 수확한 산머루의 대부분이 와인 제작에 사용된다. 참나무통이 저장된 지하 와이너리 숙성 터널은 한여름에도 서늘해 관광코스로도 이름이 높다.

파주=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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