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이 게이트급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다. 권력기관은 말할 것도 없고, 군납과 면세점, 지하철 매장 등 요소마다 브로커를 동원한 화장품 판매 사업 확장을 위한 검은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대표 정씨는 측근에 둔 법조 브로커들을 통해 검사장 출신 또는 부장판사 출신의 전관(前官) 변호사들에게 정상 수준을 벗어난 수임료를 지급하고 사건의 축소, 보석이나 유예판결을 얻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대한변협이 이 사건에 대해 바로 검찰에 고발한 것은 법조계에 미칠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수사에선 정씨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 후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검찰 수사에선 정씨가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기소하지 않은 점이 의문이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선 보석 청구에 즈음해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일임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일이라든지, 구형량을 더 낮춰 구형한 것 등이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면서 항소심 변호사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정씨와 담당 변호사의 수임료 반환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중심으로 브로커들의 개입, 수사와 재판에서 로비 의혹이 있었는지 여부 등이 조만간 밝혀지길 기대한다.
대형 법조 비리가 터질 때마다 법조의 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곤 했다. 그동안 변호사윤리장전 등을 손질해 부당하고 과다한 보수를 지양하고 적정한 보수 약정을 통한 법조 생태계의 개선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망에 걸려든 당사자의 궁박 심리를 이용한 일부 법조인들의 과도한 욕심이 항상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인맥과 전관 경력을 동원한 물밑에서의 비공식적 로비는 건전한 법조 생태계에 대한 심각한 교란행위가 되고 있다. 이런 낡은 불공정 관행과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김영란법’보다 더한 법률이 발효된다 하더라도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아질 수 없다. 진실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삼는 사법 절차 일련의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
법조 인구가 급팽창하고 법률시장은 점점 척박해지며, 밀려오는 상업주의와 금권만능 사상이 판을 치는 이 시대에 법조인들만 독야청청하길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직 법 앞에 서서 정의와 형평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법률가의 소명이요 품격이라 한다면, 사회적으로 양심과 명예의 표상이 되지 못하는 법조계는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사건을 맡은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마음가짐으로 진실을 규명하기를 기대한다. 수사가 끝나자마자 특검(特檢) 도입 논의가 불붙는 그런 비생산적인 일이 이젠 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패 없고 신사적인 공정사회의 건설은 선진국 대열에 이미 들어선 국가의 우선 과제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행복한 삶과 정신적인 기쁨과도 직결된 문제다. 청결한 법조 문화는 법조인 자신들의 몫인 만큼 법조인 스스로 윤리적인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신념에 찬 솔선수범 자세를 배양해야 한다. 또한, 법조계 스스로 지속적인 자정 노력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법조 비리의 흑막이 사실대로 드러난다면 부패, 비리 사범에 대한 법적 대응은 이전보다 더 냉엄하리만큼 엄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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