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인이 자신의 고향인 다바오시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9일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선인이 자신의 고향인 다바오시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범죄 강력 처벌”공약 인정 받아
美·中과 외교관계 악화 우려도


연일 거침없는 막말을 퍼부어 ‘필리핀의 트럼프’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9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 전 내무장관을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10일 오전 필리핀 선거감시단체 PPCRV는 89%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야당 민주필리핀당 소속인 두테르테 당선인이 집권자유당 소속인 로하스 후보보다 592만 표 이상 앞섰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38.6%의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돼 23.1%를 득표한 로하스 후보와 큰 격차를 벌렸다.

AFP에 따르면 두테르테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되자 “국민의 뜻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법과 질서를 강조한 공약이 당선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 ABS-CBN 방송에서 핫머니(국제 단기성 투기자금)에 집중 투자하고 외국인이 필리핀 기업체를 더 쉽게 소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처음으로 구체적인 경제 정책을 밝혔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범죄와 가난에 환멸을 느껴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필리핀 국민의 민심을 선거 유세 내내 파고들었고 이 같은 선거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검사 출신인 두테르테 당선인은 22년 동안 다바오시 시장으로 역임하면서 범죄자들을 강력히 처벌해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를 만들었다고 평가받지만, 공권력을 남용하고 인권을 탄압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각에서는 외교 경험이 없는 두테르테 당선인이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두테르테 당선인이 미국과 필리핀의 동맹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며 “제트스키를 타고 남중국해에 가서 필리핀 국기를 꽂겠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에 대해서도 호전적”이라고 전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지난 4월 자신을 비판하는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호주 대사에 대해서도 “입 닥치고 있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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