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5년 만에 친정체제 구축에 성공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독설과 막말 언행 등 닮은 점도 많지만 경제에 대한 관점만큼은 극과 극이다.
김정은은 36년 만의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경제야 어찌 되든 체제 유지와 장기 독재에 골몰하고 있다. 핵 만능주의에 빠져 ‘선핵(先核)주의’ ‘자강력(自强力) 제일주의’란 신조어를 낳은 김정은의 안보 모험주의는 선대인 김일성·김정일과도 차별화된다. 김 씨 왕조가 멸망하기 전까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며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한 데 이어 당 규약에 핵·경제 병진 노선을 못 박아 핵무력 강화를 국시로 채택했다. 김정은식 핵 모험주의로, 우리는 5·6·7차 핵실험이 이어지는 핵 질주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란 경고음까지 울린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제일주의에 입각해 미국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면 동맹국의 안보쯤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안보 상업주의의 화신이다.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50%에서 100%로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핵무장을 하든 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이미 한반도 안보에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 주둔’이 한반도 안보의 상수에서 변수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 빠른 김정은이 그 틈을 놓칠세라 당대회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 체결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정은의 핵폭탄과, 2000년 첫 대선 출마 당시 북한 영변 핵 정밀 타격을 주장했고 이번에 한국의 독자 핵무장 용인 발언까지 한 트럼프의 북핵정책 인식에 대응하는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과 정부의 안보 낙관주의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후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공격할 정도로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그 증거를 갖지 못했고, 설사 소형화를 했다 해도 아직 실전 배치는 못 했다며 번번이 평가절하했다. 김정은이 당대회 전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을 모조리 보여주고 있지만 이에 대응한 전력화는 더디기만 하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정을 ‘친절히’ 소개한 것은 세계 핵미사일 개발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핵폭탄급 코미디다. 우리 국민 중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더라도 한국에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을 가진 이가 많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 안보 불감증이 우리 주위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우리 국민, 일부 북한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설마 한·미 동맹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하겠느냐며, 당선되면 생각이 바뀌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낙관주의다. 미국은 대선을 통해 국민에게 공약한 안보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하면 방위비 분담금 100%는 기본이고 해마다 달라는 대로 내든지,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트럼프도 용인한 만큼 저비용 고효율의 핵무기를 자체 개발해 대응하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삼각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김정은의 안보 모험주의, 트럼프의 안보 상업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안보 낙관주의라는 내부의 적(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