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원 /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법학

최근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형 여객기 2대가 충돌할 뻔한 위기일발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싱가포르항공에는 186명, 대한항공에는 188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던 상태여서 두 여객기가 충돌했더라면 대형 인명 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비슷한 상황이 지난 3월 18일 청주공항에서도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조사를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우선 2015년 모두 8941만 명의 항공여객 규모로 급성장한 데 따른 공항교통 혼잡이 심해졌음에도 기존 관제(管制) 시스템과 인력으로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공항의 경우 최적 유도경로 계획, 항공기 지상 이동 안내, 감시 및 통제에 필요한 정보를 통합 관리·제공하는 최첨단 항공기 지상 이동 관제 시스템(A-SMGCS)이 가동 중이다.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가 유도로에 잘못 들어선 지 20초 가까이 지나도록 관제탑과 기장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방치된 것으로 보아 인적 요인에 따른 상황 인식 부족도 그 원인인 듯싶다.

또한, 조종사와 관제사들은 서로 대화하며 각종 기기 조작과 상황 판단을 동시에 해야 하므로 이러한 과정에서 계기 정보 오독, 상황 판단 오류 등 인적 과실로 인한 사고가 초래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항공기 운항은 그 특성상 필요한 조종 업무와 이를 관리하는 관제 업무 간 상호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국토교통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활주로에서 항공기 충돌 위기가 채 2개월도 안 돼 반복됐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더욱이 사고 당사자인 조종사와 부조종사를 즉각 교체하지 않고, 예정대로 운항하게 한 항공사의 조치는 분명 상식적이지 않다.

사고는 평화롭고 화창한 날에 예고 없이 찾아온다. 1977년 3월 27일 오후 5시 무렵,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로스 로데오 공항에서 이륙하던 두 여객기가 충돌했다. 583명의 탑승객이 숨지고 61명이 부상한 사상 최악의 항공기 인명 사고인 ‘테네리페 참사’다. 관제사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관제 표준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기장도 ‘준비가 될 때까지 대기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기체의 속도를 올리는 등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따르지 않음으로써 큰 희생을 야기했다. 테네리페 참사는 교신 실수와 안전불감증 등 기본적인 사항을 소홀히 한 인재(人災)였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이착륙 활주로 진입에 대한 더욱 엄격한 안전 규정을 정립해야 한다. 둘째, 대개 기본 규정 미준수에 따른 사고인 만큼 운항 규정 준수 강화와 공항 관제탑의 엄격한 제어가 가능하도록 인력 보강과 시스템 개선이 요구된다. 셋째, 항공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조종사와 관제사의 인적 요소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즉, 조종사는 활주로에 진입·이륙·대기·횡단·역방향 활주에 대한 항공관제센터(ATC)의 허가와 지시 사항을 관제사에게 철저히 복창하고, 관제사는 이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여론 무마용 해결책만 요란할 뿐 전문적인 원인 분석이 부족하고 그 책임을 개인적 차원으로 국한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만큼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구조적인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 이를 새로운 매뉴얼과 교육 및 규제에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항공 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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