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황만 예측한 民資 항만, 불황에 ‘두 손’

러 교역급감 ‘포항영일신항만’
물동량 줄고 하역료마저 급락
최소운영수익조차 보장 안돼

‘평택당진항’ ‘인천북항’ 서도
시행자 적자 늘어 자본금 잠식

컨테이너부두 32곳 절반 民資
물동량·신규항로 확보 어려움


해운산업 호황을 발판으로 컨테이너 부두 운영에 뛰어들었던 주요 민자(民資) 항만사업시행자들이 파산위기에 빠졌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해운업계에 이어 연쇄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일부 시행자들은 정부와 맺은 민자협약에 훨씬 못 미치는 물동량 확보가 수년째 지속되면서 자본까지 잠식당하고도 적자를 내는 어려움에 처했다. 이에 따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에 사업 재구조화(민자협약 재계약) 신청이라는 ‘SOS’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 민간기업으로 치면 이른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한 것이다. 또 일부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추가 출자를 하는 고육책을 내놓는 등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경북 포항영일만신항 컨테이너 부두(4선석)를 운영 중인 포항영일신항만㈜은 지난해 말 기준, 780억 원의 자본금을 모두 잠식하고 추가로 7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하역료 수입 등 9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시설비 원금 분할 상환 등 2배에 육박하는 186억 원을 지출했다.

포항영일만신항의 물동량은 개항 이듬해인 2010년 7만2421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2014년 14만323TEU로 증가하다 지난해 9만1271TEU로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물량을 주로 다루는 포항영일신항만은 루블화 폭락과 함께 쌍용자동차 수출 중단으로 타격을 받은 데다 철강경기 침체까지 겹쳐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협약 물동량(34만9000TEU) 대비, 처리 물동량은 40%에 머물렀고, 지난해는 41만5000TEU에 비해 22%에 그쳤다. 포항영일신항만 측은 당초 민자협약과 달리 처리 물동량이 최소운영수익보장(MRG)도 되지 않자, 지난해 8월 해수부에 사업 재구조화를 신청했다.

여기에다 2014년 기준, 하역료는 1TEU당 10만600원에 협약했지만 실제는 44%(4만6000원)만 적용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하역료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가 적용되는데 물동량이 줄어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가운데 같은 부두에 있는 민간 업자와도 경쟁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하역료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항영일신항만 측은 해수부에 MRG 폐지와 1145억 원의 시설자금 등 금융차입금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영일신항만 관계자는 “컨테이너 부두는 물건을 실어 내리고 하역료를 받는 역할을 한다”며 “연관기업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경기 평택당진항 내항동부두, 인천 북항일반부두도 마찬가지. 두 시행자는 지난해 초 해수부에 사업 재구조화 신청을 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포항영일신항만 등 이들 3개 시행자에 대해 사업 재구조화 적정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3선석 규모로 2009년 개항한 평택당진항 내항동부두 시행자인 평택동방아이포트㈜는 자본금 365억 원을 잠식하고 99억 원의 적자를 추가로 냈으며, 같은 해 개항한 인천 북항일반부두 시행자 역시 자본금 313억 원을 모두 소진하고 105억 원의 적자를 보았다. 평택당진항 내항동부두 물동량은 지난 2013년 342만5944t에서 지난해 285만880t으로 줄었다.

이에 앞서 경남 마산가포신항 시행자인 마산아이포트㈜는 2014년 해수부와 협의해 MRG 폐지를 골자로 사업 재구조화를 했다. 이러한 대책으로 마산가포신항의 물동량은 지난해 1~3월 8500t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 65만9000t으로 675%나 늘어났다. 마산가포신항은 2013년 6월 준공됐지만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은행권의 대출 중단으로 운영자금이 바닥난 상황에서 물동량 확보의 어려움 속에 지난해 1월 개항했다.

사업 재구조화 신청을 하지 않은 전북 군산 군장잡화부두 시행자도 자본금 221억 원을 소진하고 추가로 187억 원이나 적자를 냈다. 또 4선석 규모의 울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도 2009년 개장한 이후 최근까지 초기 투자비에 대한 이자 부담 등으로 780억여 원의 적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는 150여 억 원을 추가로 출자하기도 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컨테이너 부두는 전국 32곳에 있으며 이 가운데 민자 시행자가 15곳을 운영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신생 민자 시행자들이 물동량과 새로운 항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타개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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