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서 김교신 삶·사상 조명
“김교신은 생명을 지켜내고 반(反)생명적인 세상을 향해 대드는 고집스러운 싸움을 했습니다. 그가 지금 이 시대를 산다면 아마도 가장 격렬히 부딪혔을 상대는 사람을 쓰고 버리는 노동력으로만 보는 신자유주의적 시스템이 아닐까 싶어요. 가장 반생명적인 힘이니 말이죠.”
무교회주의자로 한국 개신교 역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진 김교신(1901∼1945)은 주류 개신교에서 배제돼 있지만 근래 더욱 자주 호명되는 종교인이다. 김교신과 무교회주의로 박사논문을 썼던 백소영(사진)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초빙교수가 최근 ‘다시, 김교신을 만나다’라는 부제가 붙은 ‘버리지 마라 생명이다’(꽃자리)를 펴냈다. 백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복음주의적 왜곡된 욕망을 비판한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등 내놓는 책들마다 화제를 모은 신학자다.
백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김교신을 다시 현재로 불러오고 싶게 한 건 버려지는 생명이 너무 많다는 고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디 세월호만 그러한가? 구조조정, 고용 유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버려지는 생명은 또 얼마인가? 이런 질문들이 늘 주변인이었지만 버려진 생명들을 살뜰하게 챙겼던 김교신을 다시 만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신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류 종교들이 근래 ‘갈 데까지 갔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세속화·권력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교신과 무교회주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백 교수는 “역사를 돌아보면 종교가 세속권력과 결탁해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면, 진정한 신앙인들은 보통 ‘탈’(脫)공동체를 추구한다. 기독교도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어 국가권력과 타협하는 모습에 이집트나 시리아 사막으로 홀로 떠난 신자들이 많았다. 김교신과 그의 무교회 신앙동지들도 그런 결단을 했던 이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견고한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큰 힘을 가진 기중기도 필요하겠지만, 여기 저기 작은 구멍을 많이 뚫다보면 언젠가는 그 벽이 무너지는 법이다. 종교 공동체가 타락했다면 굳이 그 안에서 애태울 것이 무엇인가? 무교회 신자들처럼 삼삼오오, 때로는 십수 명이 둘러 앉아 경전을 묵상하고 서로 깨달음을 나누며, 그렇게 나누는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도 가능함을 김교신과 그의 무교회 공동체가 일깨워 주었다. 조직을 살릴 것이냐 생명을 살릴 것이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김교신은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책은 1927년부터 1942년까지 158호를 발간했던 ‘성서조선’의 글과 그의 일기를 통해 김교신이라는 사람과 사상을 만난다. 요즘 ‘을’(乙)의 존재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을 염두에 두고 책은 쓰였다. 백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판단하고 조선인이 따라야 했다면, 이 시절에는 갑이 판단하고 을이 따라야 한다. 김교신은 ‘꿇지 마라! 자유혼으로 스스로 서라!’를 성서의 핵심 메시지로 보았다”며 “성서의 핵심메시지를 새기고 또 새기며 혁명의 시작은 자기 자신부터라고 했던 김교신의 가르침이 더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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