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집권 도중에 집권당이 제2당으로 추락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참패를 당했다. 국민이 그 만큼 파격적 혁신을 요구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지만 민의를 받들기는커녕 되레 뭉개는 듯한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재 비상체제를 책임지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친박에 대한 비판적 지적에 “가소로운 얘기”라고 했다. 집권 세력에 대한 여당 당원은 물론 국민의 걱정을 고려하면 제 정신으로 한 얘기인지 의심될 정도다. 말의 품격 측면에서도 막말에 가깝다.

정 원내대표가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새누리당 내부를 살펴보면 도무지 반성과 변화의 징조를 찾을 수 없다. 내각제였으면 정권이 교체될 충격적인 패배지만 대통령은 국민 앞에 “잘못했다”는 사과 한마디 없고, ‘도로 친박당’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고, 혁신위원회를 별도로 만들기로 한 결정에 대해 ‘형식과 내용’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부터 제기되고 있다. 비대위와 혁신위를 분리할 경우 혁신위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제대로 된 혁신위원장 영입도 어렵다. 이미 ‘김문수 혁신위’‘정의화 혁신위’가 흐지부지 끝났던 전례도 있다. 비대위 역시 7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단순한 과도기적 관리기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 원내대표는 12일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친박계가 자숙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옹호했다. 혁신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전직 당 대표와 국회의장 등 당 원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망조가 들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한 달 동안 뭐했나” “새누리당 같은 정당은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쓴소리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원로는 “청와대가 안 바뀌면 당이 독립선언이라도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당내 분열로 소멸한 열린우리당 꼴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이 새누리당을 걱정하는 이유는 집권당이 흔들리면 국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국민 기대를 뛰어넘는 육참골단의 비장한 결기로 총선 민의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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