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원폭 피해지 방문이 공식 확정됐다. 미국 대통령이 히로시마 피폭시설을 방문하는 것은 태평양전쟁 종료 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방문에 대해 일본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걸 의식해선지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사죄의 뜻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한국은 이에 대해 생각이 복잡하다. ‘핵(核)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메시지를 세계에 발신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취지는 이해하지만, 자칫하면 미국의 일본에 대한 사죄로 비쳐 전범국 일본의 족쇄를 더 풀어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국의 이런 우려는 그간 일본 스스로 조성해 왔다. 일본은 현재까지 세계의 유일한 피폭국임을 내세워 침략전쟁의 가해자임에도 피해자인 듯이 행동해 왔다. 일본은 아시아에 대한 가해 사실을 축소하면서 피폭국이라는 피해 측면을 확대해 세계의 동정을 사려고 애써 왔다. 한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그런 일본의 역사 왜곡 도구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원폭 사용에 대한 논리는, 원폭을 쓰지 않았더라면 많은 연합국 병사가 계속 희생됐을 것이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인들이 마지막 한 명까지 일왕을 위해 싸웠을 것이므로 원폭 투하로 인해 일본인들의 희생도 최소화시켰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일본 우파들의 논리는, 민간인에 대한 대량파괴무기(WMD) 사용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므로 원폭 투하는 전쟁범죄이지만 미국은 전승국이므로 재판을 받지 않았을 뿐이라고 본다.
그런데 일본은 세계의 유일한 피폭국이지만,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는 분명히 가해자였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일본이 가해자였음을 인정한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의 역대 정부와 현 아베 정권도 계승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므로 일본은 피폭국이라는 측면만 부각시켜선 안 되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으로 아시아와 세계에 고통을 줬다는 역사적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일본 스스로 전쟁의 가해자임을 마음으로부터 반성할 때 비로소 피폭국임을 세계가 인정하게 된다.
한편, 핵 문제는 한국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로 북한 핵 문제다. 북한은 36년 만의 노동당대회에서 소위 핵·경제 병진(竝進) 노선의 한 축인 핵 개발을 공식 노선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지 않을 경우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하여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해도 된다는 몰상식적인 발언을 되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북핵 문제뿐 아니라, 미국 대선의 이상기류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라는 자신의 목표를 어필하기 위해 이번 방문이 안성맞춤이고 그것으로 그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그런데 침략국 일본이 피폭국이 됐기 때문에 오히려 핵 사용의 잔인함이 외면당해 온 측면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핵 사용의 끔찍한 결과를 보편적인 사실로 하여 핵 없는 세계 건설로 진일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주민들 중에는 아베 정권의 ‘재군비(再軍備) 노선’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오바마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좀 더 평화로운 일본이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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