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가 묻자 김동일은 쓴웃음만 지었다. 제8호 초대소의 별실 안, 베란다 쪽 유리창을 통해 대동강이 보인다. 김영화의 검은 눈동자가 김동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갸름한 얼굴형에 오뚝 선 콧날, 야무지게 닫힌 입, 소파에 비스듬히 앉은 터라 늘씬한 다리 선이 드러났다. 28세, 김동일의 하나뿐인 여동생이다. 그리고 김동일에게 직언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영화가 다시 묻는다.
“다 떼어놓고 같이 간다는 거야?”
김동일이 혼잣소리처럼 대답했다.
“그렇지, 국민.”
“국민하고?”
“응, 남조선에서는 그래.”
“뭐라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그거야 우리도 마찬가지지.”
어깨를 늘어뜨린 김영화가 김동일을 보았다. 방 안에는 둘뿐이다. 둘은 방금 유병선의 성명 발표를 들은 것이다. 김영화가 입을 열었다.
“오빠도 어차피 북조선에서 후보로 뽑힐 것 아냐?”
“그야…….”
“오빠가 소극적, 수동적으로 지내는 바람에 민생당원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도 알지?”
“적응해가는 과정이야.”
소파에 등을 붙인 김동일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민생당은 새로운 당이지. 대한연방에서 북조선 인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거다.”
“본래 그런 의도는 아니었잖아?”
김영화의 눈빛이 다시 강해졌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연방을 이끌어 나가려고 만든 것 아냐? 오빠가 대통령이 되고 말이야.”
“그야 그렇지.”
“그런데 왜 물러나?”
전에도 이런 분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김영화가 대놓고 묻기는 처음이다. 김영화의 시선을 받은 김동일이 빙그레 웃었다.
“너, 내가 요즘 얼마나 편하고 몸이 가벼운지 모를 거다.”
“그건 알아.”
김영화가 외면한 채 대답했다. 김동일은 근래에 체중이 20㎏ 가깝게 빠졌다. 그래서 그런지 자주 웃는다. 전에는 사진 찍을 때만 웃었다. 김동일이 김영화의 옆모습을 보았다.
“영화야.”
“왜?”
“난 서 장관한테서 많이 배웠다.”
“뭘? 여자 낚는 법?”
“장난하지 말고.”
“서동수 씨 만나서 그것밖에 배운 게 더 있어?”
김영화의 시선을 받은 김동일이 정색했다.
“난 사업으로 우리 인민들을 배불리 먹게 할 거야. 그것이 내가 할 일이야.”
“그 사이에 서동수는 연방대통령이 되고 말이지?”
“5년이야.”
김동일이 말을 이었다.
“5년 후에는 나하고 서 장관 둘이 같이 사업을 하는 것이지.”
김동일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솔직히 불안했어. 안 그러냐? 그런데 서 장관이 나한테 길을 만들어 준 것이지.”
“…….”
“내가 죽을 때까지 주석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너도 머리가 좋으니까 생각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