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호 / 농촌진흥청장

최용신. 일제강점기 농촌 계몽운동에 앞장선 인물로, 소설 ‘상록수’에 나오는 여주인공 채용신의 모델이기도 하다. 최용신이 나고 자란 함경남도 덕원군 두남리는 기독교 전래와 함께 교회, 학교를 운영하며 일찍이 서구문물을 받아들였다. 당시 그를 비롯해 많은 학생과 학식 있는 지도층을 중심으로 농촌 계몽운동이 일어났다. 농촌이 깨어야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농촌 계몽운동은 일제강점기에는 독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민족운동의 형태로, 광복 후에는 농촌의 근대화를 목표로 전개됐다. 이후 1970년대, 온 국민을 움직인 새마을운동 역시 농촌 계몽운동과 뿌리를 같이한다. 살기 좋고 잘사는 마을을 목표로 시작한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기름으로써 지역개발 사업을 통한 소득 증대를 꾀했다. 이는 기적에 가까운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됐다. 가난과 오랜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던 농촌과 농민을 일깨워 근대화로 이끌었다는 평가는 그래서 더 값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아시아, 아프리카 등 많은 개발도상국에 농촌 개발의 모델이 되고 있다. 동시에 그들 나라에 도움을 주는 국제화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에 기초한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이 지구촌 빈곤 퇴치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후 우리의 역량을 국제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의지와 ‘POST-2015’에 따라 추진 중인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맞물리면서 새마을운동은 24개 나라 120개 마을에 전파되며 신한류의 중심에 섰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도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에는 지난해부터 맞춤형 농업 기술을 보급하고 시범 마을을 조성 중이다. 국내 연수를 통해 새마을 지도자를 양성하고, 현지 공무원과 농민들에게 농업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소득 증가는 물론,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이렇게 다시 한 번 개발도상국에 희망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아울러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세계 20개 나라에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를 설치했다. 오늘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농업 기술과 품종을 현지 사정에 맞게 개발·보급하기 위해서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원조로는 개도국의 농업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공감대 속에 KOPIA 센터 설치는 현지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케냐에는 양계와 감자 시범 마을을 조성해 소규모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에 보탬이 되고 있다. 양계 폐사율이 6분의 1로 줄었고, 가구당 소득은 3.6배로 늘었다. 감자는 2개 마을에서 우량 씨감자를 대량 증식해 수익 증대가 예상된다. 이를 통해 KOPIA 케냐 센터는 시범마을을 모델화하고 이웃 마을로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또, 캄보디아에서는 사료용 옥수수와 연계한 육계 생산 고소득 마을을 조성해 양계 기술은 물론, 공동 구매·출하 등 유통 노하우를 3개 마을 70농가에 전수했다. 그 결과 병아리 폐사율이 20%에서 5%로 줄고, 사육기간도 106일에서 75일로 짧아졌다. 수익의 일부는 마을 자조금으로 조성해 농가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돌아가도록 했다.

이런 면에서 새마을운동은 더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새마을운동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고, 동시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 됐다. 개도국에 전해질 우리의 농업 기술과 새마을운동이 새로운 한류(韓流)로 튼튼히 뿌리 내릴 그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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