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우연히 드러났다. 100억 원대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서울구치소에서 면담하던 여성 변호인을 20억 원의 착수금 반환 문제로 다투다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기사가 4월 22일 오전에 뜰 때만 해도 사건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두 사람도 몰랐을 것이다. 집행유예나 보석을 받아 주겠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도박사건 수임 비용으론 터무니없는 액수를 지불한 정 대표가 아무리 “사기당했다”고 느꼈더라도 구치소에서 여성 변호인에게 완력을 쓰는 만용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또 자신도 떳떳지 못한 변호인이 정 대표를 고소하는 객기만 부리지 않았어도 법조계의 오래된 치부는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결국 이 변호인은 지난 13일 구속돼 정 대표가 있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됐고 6월 5일 만기 출소하는 정 대표는 다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부장판사를 지낸 최유정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대표에게서 50억 원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이 내려지고 보석 신청마저 기각되자 성공보수 30억 원은 반환했지만 착수금 20억 원 중 10억 원은 돌려주길 거부했다. 정 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최 변호사의 손목을 세게 잡아 의자에 앉혀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후 언론을 상대로 벌인 우수(또는 호갱) 고객과 여성 변호인 간 진흙탕 싸움은 법조계의 고질병인 전관(前官)예우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 대표가 해외 카지노에서 329억 원대의 도박을 벌인 혐의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에서 세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는 과정에 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가 영향력을 발휘한 정황으로 번져갔다. 정 대표는 다른 기업인들의 해외 원정 도박사건 수사에서 100억 원대의 도박 혐의가 드러나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구형했던 검찰이 항소심에서 6개월을 깎아 구형했고, 정 대표 측의 보석 신청에 ‘적의(適宜) 처리’(법원이 보석을 받아줘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취지) 의견을 내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처신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과장,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홍 변호사의 ‘전관 파워’가 먹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검찰이 기소 당시 정 대표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100억 원대의 도박자금 중 절반만 회사 돈으로 충당했어도 법정형이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라 검찰이 많이 봐준 것이란 의혹이다.
전관예우는 사법체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허물어뜨리는 큰 범죄다. 돈이 많은 피의자가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사를 고용할 경우 유죄를 무죄로, 실형이 불가피할 경우 집행유예나 감형을 받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퍼트려 결국 사법체계를 불신하게 한다. 자신도 퇴직한 뒤에 후배들로부터 전관예우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선배 변호사들의 사건을 배려하는 건 비리 계(契) 모임과 다를 게 없다. 전관예우는 현관(現官)의 문제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에는 대충 넘어가지 말고 전관예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전관 변호사의 전화 변론이나 청탁을 받은 판검사는 반드시 상부에 보고케 하고 이를 어길 시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