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악명 높은 17번 홀은 물론 유리알 그린으로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동안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의 17번 홀(파3)은 ‘두 얼굴’을 가진 것으로 악명 높았다. 호수 한가운데 아일랜드 모양으로 아름답게 조성된 ‘시그너처 홀’로 불리는 125m로 짧은 파3 홀이지만 그동안 선수들에 숱한 좌절을 안겼던 홀이었다.
올해도 심리적인 부담감과 바람 때문에 정상급 선수들이 볼을 잇따라 빠뜨리는 상황이 펼쳐졌다. 올해 최대의 희생양은 러셀 녹스(31·미국)였다. 3라운드에서 녹스는 16번 홀까지 9언더파로 선두 제이슨 데이(29·호주)를 추격했다.
하지만 17번 홀에서 볼을 3개나 빠트리며 7온 2퍼트로 ‘섹스튜플 보기’(6오버파 9타)를 범해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올해 4일 동안 이 홀에서 빠진 볼은 모두 36개로 지난해(45개)보다 적었다. 마지막 날엔 4개에 불과했지만 전날 초속 9m에 육박하는 강풍이 불었던 3라운드 때에는 4일간 빠진 볼의 절반에 육박하는 17개나 물에 잠겼다. 따라서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03 년 대회 이후 이 홀에서만 물에 빠트린 누적 볼의 수는 634개로 늘어났다.
3라운드에서 선수들은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유리알 그린을 능가하는 빠른 그린 탓에 3퍼트를 연발했다. 바람이 잦아진 4라운드에서 3퍼트가 51차례 나왔지만 3라운드에서는 무려 149차례나 나왔다. 1, 2라운드 평균 71타였던 스코어가 75.59타로 치솟자 리더보드에 오버파를 상징하는 검은색 숫자판이 너무 많아 ‘블랙 세터데이’로 불렸을 정도였다.
세르히오 가르시아(34·스페인)는 3라운드 5번 홀(파4) 2온 후 10m 거리에서 6퍼트를 범하며 ‘쿼드러플 보기’(4오버파 8타)의 수모를 겪었다. 특히 4m 남짓한 두 번째 퍼팅부터 홀을 스치는 바람에 5번이나 퍼트를 해야 했다. 지난 4월의 마스터스에서 어니 엘스(47·남아프리카공화국)가 1m 거리에서 7차례 퍼팅을 한 것과 흡사했다.
로리 매킬로이(27·북아일랜드)도 3라운드에서 3퍼트 3개를 포함해 18홀 동안 37개의 퍼트를 남겼다. 3라운드에서 그린 빠르기가 스팀프미터로 13이었지만 습도가 30%에 불과해 건조한 데다 초속 9m의 강풍까지 불어 볼은 한없이 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