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좀비 블록버스터’가 탄생했다.
‘돼지의 왕’(2011년), ‘사이비’(2013년) 등 사회성 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인 ‘부산행’은 좀비(살아있는 시체)를 소재로 사회안전망과 사람들의 이기심, 희생정신, 가족애 등 다양한 의미를 풀어냈다. 속도감 있는 전개가 재미를 주고 깊은 메시지도 전하지만 의미의 과잉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칸에서 처음 공개된 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지는 시점에 가족을 등한시하고 일에만 매달리던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따로 떨어져 사는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외동딸 수안(김수안)의 생일에 맞춰 KTX를 타고 아내가 있는 부산으로 향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여성이 이 기차에 탄 후 좀비로 변하고, 기차 안은 아수라장이 된다. 첫 좀비에게 물린 승무원이 감염된 후 삽시간에 승객 대부분이 좀비가 된다.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 살아남은 승객들은 한 칸에 모여 불안에 떤다. 석우 부녀와 건장한 체격의 상화(마동석), 상화의 임신한 부인 성경(정유미), 고교 야구부 선수인 영국(최우식)과 치어리더 진희(안소희) 등은 안전한 지역인 부산으로 가기 위해 힘을 합쳐 좀비에 맞선다.
서양에서 나온 좀비가 한국에서 새로운 형태로 바뀌었다. 어슬렁거리며 먹잇감을 찾는 모습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달리며 공격성이 강해졌다. 또 주로 어두워지면 활동하던 좀비가 빛이 있어야만 먹잇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설정을 했고,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설정을 바탕으로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또 자기 생각만 하는 사람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무조건 동조하는 사람, 약자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 등 인간군상의 내면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성애, 부부애, 우정 등을 녹여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하지만 그릇에 너무 많은 내용물을 담다 보니 차서 넘치는 느낌이 든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감독답게 만화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짧은 컷들이 빠르게 이어지며 경쾌하게 전개된다. 좀비들이 그리 무섭지 않게 나오는 것도 이 영화의 상업적 장점이다. 평소 좀비물을 싫어하는 관객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칸영화제 데일리(소식지)들은 이 영화가 지닌 독특한 재미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국내에서는 여름시즌에 맞춰 7월에 개봉한다.
김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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