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판단 존중” 반복
좌우진영 사이 곤혹감


청와대가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유지 결정에 대해서 불필요한 논란의 확대재생산을 우려해 침묵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는 여권의 재고요청과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공식입장 표명을 보훈처에 일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에는 협치정국 상황에서 ‘강 대 강’ 일변도인 좌우 진영 속에서 한쪽으로 의견을 정리하기가 어려운 곤혹스러움도 엿보이고 있다.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을 하루 앞둔 17일 청와대는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유지 결정에 대한 새누리당의 재고 요청과 관련, “보훈처에 맡긴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로서는 합창 유지 결정이든 재고 요청이든 주무 부처인 보훈처의 입장과 판단을 존중할 수 없다”면서 “보훈처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난감함 자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회동에서 “국론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좋은 방안을 찾아보도록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최소한 제창 형식으로 격상될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됐었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제창 결정을 통해 야당과의 협치를 주도해야 한다”는 찬성 기류가 나오기도 했다. 회동을 앞두고도 한 인사는 “야당만 전향적으로 협치에 나서준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선 정부가 양보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훈처의 결정이 여론의 기대감과 다르게 나타나자 청와대는 결정에 대한 최종승인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사실상 보훈처의 결정을 옹호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부에서는 협치 정국과 합창 결정은 무관하다는 항변도 제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합창을 하자는 것인데 국정운영을 마비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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