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정무(政務)’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치권을 비롯해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파악해 국정이 ‘종합적 관점’에서 집행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따라서 민감하고 미세한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는 넓은 시야와 정교한 판단력이 기본이다. 4·13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져 여·야·정 협치(協治)의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는커녕 되레 이런저런 분란을 키우고 있어 걱정된다.

현 수석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회담에서 제기된 5·18 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16일 오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만 미리 알려줬다.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 의전(儀典)의 기본이지만 무시됐다. 박 원내대표는 즉각 SNS에 내용을 공개했고, 우 원내대표에게는 정부 발표 한참 지나서 연락했다고 한다. 우 원내대표가 “잘 해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야당의 ‘분리·통제’를 노린 얄팍한 꼼수로 의심하고 있다. 협치의 기본은 상호 신뢰인데, 결국 앞으로 파란만장하게 전개될 협치 정국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앞서 현 수석은 지난 2월 박 대통령 생일 때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보낸 축하 난(蘭)을 거절했다가 뒤늦게 알게 된 박 대통령이 질책하고, 결국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이 수령한 일도 있다. 총선 직전에 신동철 당시 정무비서관이 사표를 냈는데, KB금융 상임감사에 ‘낙하산’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무비서관은 지금도 공석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로 여당이 한창 시끄럽던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의 ‘커넥션’ 의혹도 제기되면서 비박 측에서 강력히 반발해 불화의 핵심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든 문제를 떠나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무수석이 문책을 자청하고 물러나는 게 올바른 ‘정무적 판단’이다. 현 수석이 정무의 정치(精緻)함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 1차 피해자는 박 대통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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