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에서도 이런 파티가 성공할 수 있을까. 프랑스 서쪽의 항구도시 불로뉴의 숲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28년 만에 세계로 번져나가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홍콩, 일본 도쿄(東京) 등 전 세계 25개국 60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는 만찬파티 ‘디네 앙블랑’이 오는 6월 11일 서울에서 처음 열린다.
‘가장 멋진 장소에서 보내는 특별한 시간’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는 파티 디네 앙블랑은 준비부터 실행까지 기존의 파티와는 좀 다르다. 먼저 파티 장소가 개최 당일까지 비밀에 부쳐진다. 파리 도심에서 파티 개최 허가를 받지 못한 최초의 파티 제안자가 이른바 ‘게릴라식’으로 파티를 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방법이었지만, 이게 디네 앙블랑의 전통이 됐다. 참가자 별로 집결지가 개별 통보되는데, 집결지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파티 두 시간 전에 정확한 장소가 통보된다.
파티 참가자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참석자는 흰 옷을 입어야 한다. 이른바 ‘드레스 코드’다. 옷뿐만 아니라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다 흰색이어야 한다. 아이보리와 크림색 등 유사색상도 금지된다. 액세서리 역시 흰색과 금속재질만 허용된다. 옷뿐만이 아니다. 규격에 맞는 테이블과 흰색 의자, 흰색 식탁보, 피크닉 바구니 등도 스스로 가져가야 한다. 술은 와인과 샴페인만 반입할 수 있고, 맥주나 증류주는 금지된다. 식기는 1회용이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건 사용할 수 없으며 잔도 유리로 만든 것만 허용된다. 자신이 먹을 파티 음식도 스스로 가져가야 하는데, ‘고급요리’여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음식의 경우는 준비하지 않고 주최 측이 현장에서 조리한 음식을 사서 먹는 것은 허용된다. 추가비용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파티 참가자 스스로 테이블과 의자, 음식과 식기까지 다 손수 준비하는데도 행사 비용에 따른 참가비가 따로 있다. 1인당 45달러(약 5만1400원). 2인 이상만 참석이 가능하므로 2명이면 10만 원을 내야 한다. 음식과 식기, 테이블 등을 스스로 가져가면 더 이상 추가 비용이 없지만, 파티 음식을 제공받는다면 레스토랑 ‘류니끄’ 대표 류태환 셰프의 프랑스 요리 세트메뉴를 55∼70달러(약 6만2800∼7만9900원)에 사먹어야 한다. 파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사정을 감안해 테이블과 의자도 각각 40달러(약 4만5700원), 15달러(약 1만7100원)에 대여해주기로 했다. 참가비를 내고 음식을 제공받으며 테이블과 의자까지 빌린다면 제법 값비싼 저녁 식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디네 앙블랑의 시작은 1988년.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프랑스인 프랑수아 파스키에가 친구들과 불로뉴의 숲에서 열었던 파티에서 출발했다. 이후 파티 참여자가 늘어나자 4년 뒤 그는 파티 장소를 파리로 옮겼다. 파리에서의 잇단 파티 성공에 힘입어 캐나다에 살고 있던 파스키에의 아들이 2009년 몬트리올에서 디네 앙블랑을 개최하면서 이 파티는 세계로 번져나갔다.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파티에는 1200명 정원에 무려 3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을 정도였다. 이듬해인 2012년 디네 앙블랑 인터내셔널이 설립돼 세계적인 네트워크까지 만들어졌고, 그해 전 세계 10개 도시가 디네 앙블랑에 합류했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上海), 일본 도쿄 등 25개국 60개 도시에서 10만 명이 디네 앙블랑에 참가했다. 올해는 서울을 비롯해 브라질 상파울루, 헝가리 부다페스트,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이 디네 앙블랑 개최 도시 목록에 추가된다.
올해 처음 서울에서 열리는 디네 앙블랑은 한·불 수교 130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예정된 만찬파티 참가자 규모는 1200명 선. 디네 앙블랑코리아는 3단계에 걸쳐 참석자를 선정한다. 먼저 트렌드에 민감한 문화예술계 인사를 초대하고, 초대에 응해 참가등록을 한 이들이 추천을 통해 2순위 초청자를 가린다. 그리고 남는 자리는 인터넷 등을 통해 참가신청을 한 3순위 대기자들에게 내준다. 그러나 만찬장의 테이블 배치는 순위별 참석자들을 차등하지 않는다.
과연 이런 파티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디네 앙블랑 당일까지 비밀에 부쳐지는 파티 장소는 어디가 될까. 국내에서는 도심에서의 야외 디너 파티 자체가 낯선 데다, 적잖은 비용부담도 걸림돌이다. 불황의 와중에 여유 있는 이들의 과시형 파티라는 불편한 시선도 있다. 박주영 디네 앙블랑코리아 대표는 “미식, 패션, 엔터테인먼트를 한 자리에서 즐기는 한국 최초의 원스톱 문화행사인 만큼 예정된 참가자 수를 채우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에서 디네 앙블랑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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