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병역 특례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원론적으로 없애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17일 내놓은 방안 중에 이공계 특례 문제가 특히 그렇다. 국방부는 현역 입대 대상자 감소로 특례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차제에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 등과 같은 대체복무는 물론, 의무경찰·해양경찰·의무소방 등 전환복무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역 군인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 못지않게 시급한 다른 국가 과제가 있다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이공계 병역 특례는 언젠가는 없어져야 한다. 이를 악용한 비리도 적지 않다. 그런데 세계 주요국들이 과학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해외에 머무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가 계속 늘고 있다. 병역 특례마저 폐지되면 두뇌 유출 사태도 우려된다. 이는 국가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애국심을 탓하거나, 반대로 애국심에만 기댈 수는 없다. 국가 차원에서 매년 입영 대상 과학인력 수천 명이 소총을 들고 있는 것이 나은지,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이 좋은지 선택해야 한다. 중소기업 연구인력 확보 문제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23년까지 전면 폐지하겠다는 국방부 구상은 그 방향은 옳지만, 현실적으로 더 많은 것을 고려하고 속도도 늦출 필요가 있다. 특히, 폐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공계 인력 양성을 위한 합당한 대안(代案)과 함께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범 정부 차원에서 창조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스라엘 ‘탈피오트(talpiot)’를 벤치마킹해 2014년 도입한 과학기술전문사관 제도는 좋은 사례다. 현대전의 성격 변화로 군도 사이버 분야 등 전문인력이 대거 필요하다. 이들이 경력 단절 없이 복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 병역 특례 혜택을 보고 있는 중소·벤처 기업의 고급 인력 문제 역시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