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92공식 인정을” 공세… 상륙훈련까지 펴며 강공
차이잉원, 아예 언급안해… 현상유지 입장 고수할 듯
중국 정부가 차이잉원(蔡英文·사진) 대만 총통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 ‘92공식(九二共識)’을 인정하라”는 압박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인 차이 당선인이 20일 취임식에서 중국이 원하는 답을 내놓는 대신 양안관계에 대한 기존 입장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차이 당선인이 총통선거에서 당선된 후 중국은 지난 1992년 중국과 대만 당국자가 홍콩에서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되 그 해석은 각자에 맡기기로 했다는 공통인식을 뜻하는 ‘92공식’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차이 당선인은 친중정책을 편 국민당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커진 가운데 당선된 데다 그가 속한 민주진보당의 당강에 대만 독립이 포함돼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총통선거 당선 이후 중국의 갖은 압박과 경고 메시지에도 그는 ‘92공식’을 인정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 18일 대만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이 당선인의 취임사는 거의 완성된 상태로 그는 취임식에서 ‘92공식’을 인정하지는 않되 대신 ‘92회담’이 열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중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피해 가면서 그동안의 ‘양안 현상유지’ 입장을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총통선거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역사적인 ‘양안 정상회담’까지 열면서 총통선거에 개입했던 중국은 차이 당선인이 승리하자 “92공식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는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은 말 이상의 행동으로도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쥔바오(解放軍報)는 17일 인민해방군 제31집단군이 동중국해 해역에서 다수의 군함, 무장헬기, 수륙양용 장갑차 등을 동원해 입체 상륙훈련을 전개했으며 보병, 포병, 장갑병, 특전병, 항공병 등 10여 개 병종이 참가했다면서 대대적인 훈련 소식을 전했다. 제31집단군은 대만과 마주 보는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에 주둔하는 부대로, 이번 훈련은 20일 차이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그를 위협하고 통일에 대한 결심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은 대만이 참가하는 몇 안 되는 국제기구 중 하나인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서도 압박하고 나섰다. 대만은 당초 오는 23일 열리는 세계보건총회에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조건이 달린 초대장을 받았다. 이 역시 중국의 입김이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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