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21일… 국회葬으로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17일 경기 하남시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3세.
고인은 강원 철원·화천·양구지역에서 지역구 6선과 유신정우회 의원 등 모두 7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13대 국회 때에는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평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그는 해방 공간에서 흥사단에 참여해 반탁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학도의용대로 6·25 전쟁을 치렀다.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직선제 개헌에 반대해 옥고를 치른 그는 이 인연으로 알게 된 신익희, 조병옥, 장면 등의 권유로 1954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1950년대 유명한 야당의 선거 구호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민주당 선전차장이던 그가 만든 것이다. 그는 1960년 4·19 혁명 후 치러진 5대 총선에서 민의원으로 선출됐다. 이후 공화당으로 당을 옮겨 철원·양구·화천 지역에서 내리 4선에 성공했다. 고인은 1970년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목표로 월간 잡지 ‘샘터’를 창간했다.
여소야대 정국인 13대 국회 때 국회의장에 올라 개원 연설에서 “대화와 타협의 전통을 세울 황금분할이 이뤄졌다”고 평했다. ‘황금분할’이란 말은 1993년 김영삼(YS) 대통령이 주도한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부정축재 의혹이 제기돼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남긴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 사냥이 끝나자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과 함께 정치권에서 아직까지 회자되는 말이다. 토사구팽은 1992년 대선 때 도와줬던 YS가 자신을 내친 것을 빗댄 말이다. 그는 “YS를 용서했느냐”는 질문에 “한순간이 아까운 인생인데 응어리를 지니고 있으면 그 사람에게 인생을 지배당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현답을 남겼다. 장례는 국회장으로 열린다. 유족은 부인 이용자 씨와 아들 성진(샘터 이사장), 성린(재미 사업), 성봉(도서출판 여백 대표), 성구(샘터 사장) 씨 등 4남.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 21일.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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