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전연구센터에서 한은수(오른쪽 두 번째) 우주무인체계사업실 상무와 직원들이 2000년대 초반 자체 개발한 군용 무인기 송골매 모형을 보면서 새로 개발할 민수용 대형 드론의 제원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전연구센터에서 한은수(오른쪽 두 번째) 우주무인체계사업실 상무와 직원들이 2000년대 초반 자체 개발한 군용 무인기 송골매 모형을 보면서 새로 개발할 민수용 대형 드론의 제원을 구상하고 있다.
- (3) 무인기

韓, 1970년대부터 기반 기술 축적
‘송골매’ 2002∼2004년 실전배치
독자개발·운용 10개국 반열 올라

수직이착륙 헬기 2020년 상용화
세계 최대 민간용 드론도 개발 중


“크기가 6m 정도라면 탑재중량은 500㎏까지 올라갈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지상통제장비 해상도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문제인데….”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전연구센터에서는 곽경령 무인전력사업팀 차장과 팀원들이 네 개 원형 고리로 연결된 비행체를 프로젝터에 띄운 채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날 화두에 오른 것은 민간수요(민수)용 대형 드론(가칭 X-Vant). 2015년 12월부터 우리나라와 브라질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농업방제용 무인기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관리 감독을,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가 총괄 주관을 맡고, KAI와 LIG넥스원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곽 차장은 “브라질 협력사와 이견을 조율해 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라며 “세계 최초·최대 크기로 개발되는 민수용 대형 드론의 첫 단추라 만만히 볼 수 없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KAI 직원들이 열의를 불태우는 이유는 또 있었다. 지금까지 기체 무게 12㎏ 이하 드론 정도를 산업용에 접목하는 시도가 무인기 상업화의 주류였다면 이 무인기는 ‘감항인증(비행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성능 발휘 증명)’이 필요한 150㎏ 이상 기체로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민수·산업용 대형 드론 개발에 출발점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항공기 체계종합업 최고봉으로 군림하는 KAI가 이 분야에 나선다는 건 대중에 군용같이 어마어마한 비행체 또는 장난감 같은 드론으로 인식된 무인기가 4차 산업이 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민관이 호흡을 맞춘 만큼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KEIT와 KAI에 따르면 X-Vant는 400㎏을 탑재해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성능으로 브라질의 광활한 들판에서 농약을 살포하는 데 사용될 계획이다. 현재 육상장비가 시간당 작업면적이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시간 동안 100㏊를 작업할 수 있는 이 대형 드론의 효율성은 상당하다. 비슷한 경쟁 기종이 사람을 태운 채로 950㎏을 탑재하는 대신 가격이 36만5000달러(약 4억3070만 원)에 이르는 반면 X-Vant는 이에 미치지 않는 가격으로 경쟁력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브라질 협력사는 양국이 개발비를 분담해 4년 뒤 이 대형 드론을 완성하면 이후 10년간 최대 10만8837대를 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12만 대 이상 운용 중인 농업용 육상장비의 80%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이 아닌가 싶었지만 KAI를 비롯해 우리나라 업체의 축적된 기술력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은수 KAI 우주무인체계사업실 상무는 “군용 무인기에서 미국을 선두 주자로 본다면 그다음이 이스라엘과 유럽이고 우리나라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며 “탑재중량 500㎏ 이상, 작전반경 300㎞ 이상 무인기에 대해 체계 및 부품 기술 이전을 규제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국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무인기 자체 개발에 힘써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2002년 말부터 2004년까지 대한민국 육군 군단 배치를 마친 무인기 송골매가 그 결실이다. 1970년대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제트추진형 기만용 무인기인 솔개 개발을 통해 기반기술을 구축했고 1988년 KAI의 전신 대우중공업은 서울대와 도요새 무인항공기 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송골매를 통해 독자 개발 무인기를 실전 배치·운용한 세계 10개국 반열에 올랐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이 덕분에 2015년 5월 기준 세계 특허 현황을 보면 KAI는 무인항공기 충돌회피 시스템, 영상기반 자동 이착륙 시스템 등 무인기 관련 분야에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44개 특허 보유 업체로 성장했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42개로 7위에 올랐다.

고중량 무인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점 역시 눈여겨봐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지난 3월 소요기술 개발 과제를 내고 5월 중 시제업체를 선정하는 ADD의 스텔스 무인기(저피탐 원격공중통제 무인기)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KARI가 2002년부터 개발에 나선 수직 이착륙 헬기인 무인 틸트로터는 2020년을 목표로 상용화가 진행 중이고 대한항공은 2004년부터 공군의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 개발사업을 시작해 2007년 8월에 감시정찰용 무인기 KUS-7을 내놨다. KAI도 최근 날개가 달린 고정익 무인기 개발을 넘어 회전익(프로펠러기)인 300∼1000㎏급 무인헬기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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