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통합·新지역연대 등
새판짜기 시나리오 쏟아져

여야, 계파투쟁에만 몰두
새정치 민심 갈수록 커져

하반기부터 분화 본격화
내년 대선전 폭발 가능성


여야 정치권에서 ‘새판짜기’론이 나오는 이유는 국가적인 경제·안보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든 야권이든 경색 정국을 풀어낼 힘도 의지도 없는 상황에서 4·13총선 민의를 제대로 이행하는 새로운 정치가 출현해야 한다는 여론의 바람과 맞물려 있다. 여권이 점차 보수우경화하면서 권력투쟁에만 골몰하고 야권 역시 분화 이후에도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치권이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다는 염원이 정계개편론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특히 야권이 이미 지난해부터 총선을 거치면서 분화와 재편을 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여권이 ‘밀린 숙제’를 하는 식으로 분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내 우편향 보수와 개혁적 보수 사이에 간극이 있어 보수의 분열이 향후 정치권 빅뱅의 ‘트리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현재의 새누리당이 정치력도 없고, 혁신할 생각도 없으며, 정권을 재창출할 의지도 없이 오직 내부 권력투쟁만 벌인다는 회의감이 작용한다.

정계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힘을 받는 것 중 하나는 ‘중도세력 빅 텐트론’이다.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와 부산·경남(PK) 인사 및 더불어민주당 비노(비노무현)그룹과 국민의당이 합친 정당이다. 이는 PK 출신의 대표적인 차기 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주도로 핵심 친박계를 남긴 나머지와 국민의당 대부분, 그리고 더민주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이 ‘신 3당 합당’을 감행한다는 그림이다.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중도·합리적인 이미지의 인물들이 치열한 경선을 펼쳐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하며 대선에 승리하면 거대 여당이 돼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박근혜 대통령이 힘이 빠져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계개편이 되면 과거 1990년 3당 합당 때처럼 일부의 이탈로 4당 체제로 갈 수도 있다. 김무성 전 대표나 국민의당에 몸담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과거 3당 합당과 ‘DJP 연합’을 해 본 경험이 있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의 참신한 인재와 신진 엘리트들에게 넓은 의미의 정치공간을 제공해 차츰 정당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플랫폼 정당론’도 나오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10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정치 결사체’가 그것이다. 정 의장은 19일 “앞으로 두세 달 고민해보고 10월쯤 정리가 될 것”이라며 “정치결사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정치판 전체의 다이내믹이 굉장히 강화됐다”면서 플랫폼 정당 발족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외에도 ‘호남과 부산·경남( PK) 연대론’ ‘새판론’ 등 시나리오들이 흘러나온다. 사실상 정치 재개 의사를 밝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총선 후 야당의 대권 구도가 복잡해졌는데 지금의 여야 구도라면 야권인 손 전 대표가 낄 자리는 없다”면서 “정치판이 흔들린다는 판단을 갖고 정계개편의 큰 그림 안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문화일보와의 차기 리더 직격 인터뷰에서 “정계개편 요인은 극대화돼 있다. 1988년 4당 체제에서 3당 합당으로 가는 것 못지않은 유동성과 예측 불가능함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계개편의 로드맵은 올 하반기에 정치권의 분화가 시작되고 연말쯤 분화·개편이 본격화하며 내년 초 빅뱅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전문가들도 정계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준한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을 통합시킬 수 있는, 국가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계개편이 있어야 한다”며 “지역이나 연령, 세대나 이념적으로 양극화돼 있는 것들을 초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금 논의되는 인물들이 현실적으로 지역적 기반이 강하지 않아 힘들 것”이라면서도 “당위론적으로는 지역과 이념을 넘어선 개혁노선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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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허민 전임기자

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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