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할 국민투표일(6월 23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팽팽한 여론에 잔류와 탈퇴 중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세계는 브렉시트가 가뜩이나 취약한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을 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여파에 대한 세계 기업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벌어질 경우 EU라는 단일체가 흔들리면서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불어닥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전 세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브렉시트 발생 시 영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에 13개 공장을 두고 1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독일 기업 지멘스는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영국 지역 공장을 폐쇄하지는 않겠지만,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투자 규모를 더 이상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조사에서도 기업인의 71%는 국민투표 결과가 브렉시트로 결론이 나면 2년 안에 영국에 대한 기반 투자를 줄일 것으로 답했다.
또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시 유럽 금융 중심지라는 런던의 지위가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스 페터 뮐러 코메르츠방크 회장은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독일의 금융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인들은 브렉시트가 유럽과 그 밖의 다른 지역에도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인들은 영국이 EU에서 분리되면 당장 양 지역 간에 무역 장벽이 세워지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이탈리아 최대 커피 브랜드 라바차의 CEO인 안토니오 바라발레는 “유럽은 경제부터 난민까지 하나하나 다루기 힘든 문제를 이미 수없이 안고 있다”며 “여기에 브렉시트 위험까지 더해지는 것은 불안정성을 더욱 높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지난주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0% 정도가 브렉시트를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중국의 저성장이나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 실패보다도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영국뿐 아니라 EU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브렉시트로 인해 EU 국가들의 경제가 악영향을 받고, 반 EU 및 포퓰리즘 정당의 인기 상승으로 유럽의 정치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13일 브렉시트가 영국은 물론 세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브렉시트가)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브렉시트와 관련해) 긍정적인 어떠한 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를)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이며 “전 세계에 극도의 불안감을 일으키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
브렉시트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월 14∼15일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 시 브렉시트에 따른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6월에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 7월에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렉시트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6월에서 7월로 미룰 수도 있다는 의미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만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탈리아 보험사 제네랄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닉힐 스리니바산은 “왜 세계 경제가 이런 상황에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프랑스 광고 그룹 퍼블리시스의 CEO인 마르시 레비도 “브렉시트는 절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라고 지적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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