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베넷 前 미 상원의원 감동
차별 사과하며 단합촉구 유언


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반(反)무슬림 발언을 남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타계한 미 공화당의 밥 베넷(83·유타·사진) 전 상원의원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무슬림들과의 화합과 연대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췌장암 투병 말기에도 병원에서 무슬림들을 만날 때마다 “트럼프 때문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것으로 19일 뒤늦게 전해졌다. 이는 베넷 전 의원이 2010년 공화당의 강경 보수그룹 티파티에 밀려 낙천했지만 정치적 좌절에 괴로워하기보다는 트럼프의 인종·종교 차별을 사과하면서 단합을 촉구하는 유언을 던진 셈이어서, 트럼프로 인해 분열된 미국 사회에 깊은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에 따르면 췌장암 등으로 조지 워싱턴대 병원에 입원해 있던 베넷 전 의원은 병상에서도 부인인 조이스와 아들 짐에게 “병원에 무슬림이 있느냐”고 자주 물었다. 그러면서 베넷 전 의원은 “일일이 무슬림들을 만나서 ‘이 나라에 와줘서 고맙고, 공화당과 트럼프를 대신해 사과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고 짐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맞아 유타주로 여행할 당시에도 공항에서 히잡을 쓴 여성에게 다가가 “미국에 와 환영한다”고 전달했을 정도다. 베넷 전 의원은 지난 4월 유타 지역 신문인 ‘데저레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 주에는 많은 무슬림이 거주하는데, 너무 고맙고 그들은 정말 훌륭하다(wonderful)”고 말하기도 했다.

베넷 전 의원은 온건 보수 성향의 3선 의원 출신으로, 상원 금융위원회와 상원 예결위원회 멤버로 활동하며 미 정부의 재정정책 건전화 문제에 집중했다. 2010년 포괄적 이민정책을 지지하다가 티파티에 밀려 경선에서 낙마했다. 이후 그는 초당파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책적 간극을 이으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췌장암이 발병했고, 최근에는 뇌졸중까지 오면서 몸의 왼쪽을 전혀 사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고매한 인품을 지닌 전통적 보수주의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고 아쉬워했다.

짐은 “아버지는 모르몬 교도와 무슬림들이 핍박받은 경험이 유사하다고 보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했다”면서 “아버지는 트럼프의 주장에 경악했고, 트럼프를 멀리하지 않은 공화당에도 분노와 실망감을 종종 나타냈다”고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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