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마련에 몰두하는 사이
中·EU 등 문제제기 가능성
‘산업구조조정’ 명백히 해야
최대한 시장과 민간 자율로
정부가 경쟁국들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을 보조금 협정 위반 등으로 제소할 가능성을 사전 탐지하고 나선 것은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이 통상 마찰로 비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당국도 정부가 직접 당사자로 나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칠 경우 통상 마찰이 현실화할 수 있어 최대한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에서 대우조선해양 등 특정 기업 살리기에만 급급해 구조조정 ‘실탄’을 마련하기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에 몰두하는 사이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통상 마찰이라는 엄청난 리스크(위험)를 자초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구조조정 지원에 따른 통상 마찰을 가장 우려하는 분야는 조선 업종이다. 경쟁국인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은 과거에 이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 지원을 수출 제고를 위한 보조금으로 보고 WTO에 제소한 바 있다.
이번에 코트라의 베이징(北京)·함부르크 무역관에 사전 움직임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도 강력한 경쟁국인 중국과 EU가 최근의 한국 정부의 조선·해운 구조조정 지원을 또다시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월 말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선전문위원회(WP6)에서 한국 정부의 특정 기업 지원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WTO 보조금 협정에는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은 ‘특정성 있는 재정적 기여’로 해석돼 금지 보조금 또는 제소 가능한 보조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구조조정 지원은 자국 내 기업을 차별적으로 유리하게 대우한 결과를 초래해 WTO 규정상의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의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최근 사석에서 “일본이나 EU에서 국책은행이 왜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심각한 통상 문제가 우려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의 특정 기업 지원이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한 만큼 최대한 시장과 민간 자율로 사업 재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WTO 체제는 민간 영역에 공공 부문이 들어가는 걸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개입도 통상 마찰에 노출돼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게 아닌 규제를 풀어 기업의 사업재편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선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공급 과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혀야 통상 마찰을 피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충남·윤정선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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