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율 / 차의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질병관리본부장

지난해 5월 20일 국내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온 지 오늘로 1년이 된다. 12월 24일 0시 기준 최종 종식 선언까지의 218일 동안 확진 환자 186명, 사망 38명, 누적 격리자 1만6752명이 우리나라의 메르스 성적표다. 올 1월부터 지난 2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웃 오만, 아랍에미리트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모두 103명이다.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는 종식됐지만, 중동 지역에서의 메르스 발생 양상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러니 언제든지 우리나라에서 지난해와 같은 메르스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우리가 그토록 문제로 삼았던 것들은 어떻게 개선됐을까.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다른 감염병 발생에 대응할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는 응답이 73.8%로 정부의 방역(防疫) 활동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높다. 이는 최근 브라질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나 다른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행 가능성에 대해 국민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지난 한 해 동안 질병관리본부를 명실상부한 감염병 컨트롤타워로 하기 위해 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긴급상황센터도 설치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고 응급실의 침상 간격 확대, 음압격리병실의 확대, 보호자 없는 병실의 확대 등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 개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기본 환경을 살펴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방역 전사라 할 수 있는 역학조사관은 여전히 확보될 기미가 없다. 의사들의 지원 가능성이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의대생들에게 여전히 기피과 또는 기피 분야로 남아있는 것도 좋지 않은 징조다. 국민의 대형 병원 선호 양상과 병문안 문화 개선 역시 메르스 사태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형 병원 응급실은 입원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로 여전히 북새통이고, 병원 입구에서는 병원 직원들과 승강이질하고 있는 문병객들의 모습을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다.

또, 진료 현장에서 감염병 관리를 위한 의료기관의 투자도 여전히 인색하다. 물론, 지난해 메르스 사태의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삼성서울병원은 대대적인 투자로 변화가 있었지만, 서울대병원은 여전히 응급실 진료 환경 개선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많은 지적이 있었던 정부의 대(對)국민 소통 역량 역시 그리 개선된 것 같지 않다. 비단 신종 감염병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의 발병률 질환인 결핵, 매년 급증하는 에이즈 같은 질환 관리의 중요성을 국민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홍보 활동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감염병 관리는 어느 특정 질환만을 대상으로 해선 가능하지 않다. 전방위적 활동이 필요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끝이 있을 수 없다. 국방·경찰·소방만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재산을 지키는 분야가 아니다. 꼭 1년 전에 경험한 메르스 사태는 감염병 관리 부실(不實)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주는지 똑똑히 보여줬다.

이러한 위기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협조와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문제로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면서 차근차근 미해결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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