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법에 “전쟁·재해”등 규정
“대량 실업 경우도 해당되지만
구조조정 방안이라도 나와야
구체적 추경 편성 검토 가능”

20대 국회 원구성 늦어지며
내년 예산안과 겹칠 가능성도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재정 소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현 상황은 추경 편성을 위한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 내에서는 “정치권이 추경 편성 요건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추경을 편성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비판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의당 등 정치권의 잇따른 요구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은 추경 편성을 위한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시점에서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대량 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야 추진이 가능한 데, 기재부 예산실은 “기업구조조정 방안이라도 나와야 대량 실업 발생 우려에 해당한다고 보고 추경 편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지금은 구체적인 방안조차 없다”며 “현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법적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욱이 20대 국회 원 구성이 일러야 오는 7월쯤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지금 추경을 편성한다고 해도, 내년 예산안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국회로 넘어갈 것이라는 사실도 ‘추경 편성 무용론’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0대 국회 원 구성이 7월에 되고 추경 심의를 시작한다고 해도 국회 통과는 8월이나 돼야 가능할 텐데, 그때면 내년 예산안이 이미 다 편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추경 편성을 하지 않으면 실업 대책비 등 재정 소요가 늘면서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지출이 400조 원 안팎으로 편성돼 ‘슈퍼 예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년 총지출이 400조 원으로 편성된다고 하더라도 증가율은 예년보다 낮은 3.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에서도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어서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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