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우 /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유럽은 지금 난민(難民)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 ‘아랍의 봄’ 이후 빠르게 늘어나던 유럽으로의 난민 행렬이 2015년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105만 명으로, 전년 대비 2배나 되는 규모였다. 올해 들어서도 난민 행렬이 이어져 1분기 동안 18만 명이 유럽에 도착했다. 이 중 50%가량이 시리아 난민이고 20% 정도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전체 중 96%가 위험하기 그지없는 지중해 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고 있고, 항해 중 실종되거나 사망한 난민은 2015년 3770명, 2016년 4월까지 1244명이다.

난민 문제에 대한 대응은 나라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난민을 적극 수용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독일 같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장벽을 세워 난민들의 통로를 막은 중부유럽 국가도 있고, 난민의 최초 도착지로 대규모로 유입되는 난민을 수용하고 난민 인정 절차를 진행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는 남유럽 국가도 있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 간에 심각한 의견 충돌과 분열이 발생했고, 각국 내에서도 일촉즉발의 사회적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국경 없는 유럽을 가능케 한 솅겐조약의 존치 여부와 난민 수용의 규모 및 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유럽연합(EU) 회원국 간에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고, 각 회원국 내에서 제노포비아 현상이 확산되면서 극우파 정치세력이 부상해 민주주의, 인권, 법치, 문화적 포용성 등의 유럽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 극우세력의 급속한 성장세는 총선, 지방선거, 유럽의회 선거 등에서 극우정당의 약진으로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머지않아 수권 정당으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기존의 주류 정당들조차 극우정당의 매력을 차단하고 이탈하는 표심을 잡기 위해 우경화된 정책 정강(政綱)을 마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2015년 파리 테러, 2016년 브뤼셀 테러와 같은 무슬림 극단주의자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자행되면서 이민사회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고 있어 이슬람교도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난민이 대규모로 계속 유입되는 것에 대해 유럽의 많은 국가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고심 끝에 EU는 난민 유입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난민 유입의 길목에 있는 터키의 협조를 구하게 된다. 터키는 난민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데다, 터키를 경유하여 에게해(海)를 건너 그리스로 가는 동지중해 경로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에 난민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터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EU는 60억 유로(약 8조 원)의 경제적 지원, 터키 시민에 대한 비자 면제, 터키의 EU 가입 협상 촉진 등을 약속하면서 터키가 그리스로부터 송환되는 부적격 난민을 1명 수용할 때마다 터키에 체류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 1명을 유럽이 받아주기로 합의했다.

EU와 터키 간의 합의 이후 유럽 난민 위기는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진정 국면이 지속될지는 알기 어렵다. 비자 면제 및 EU 가입 요건을 충족하려면 터키는 많은 개혁안을 입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개혁 수준이 EU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합의안 자체가 이행되지 않을 수도 있고 이에 대한 반발로 터키는 난민들의 경로를 열어버리는 것으로 응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이 해소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 시리아 내전은 끝이 보이질 않고 현재 요르단과 레바논, 그리고 터키에 머무르고 있는 시리아 난민의 수만 하더라도 400만 명에 이른다. 시리아 내에서 삶의 터전을 버리고 피란길에 오른 국내 난민은 700만 명을 헤아린다. 이들 모두가 잠재적인 유럽행 난민들이다.

만일 난민 문제가 악화(惡化) 일로를 걷게 된다면 유럽의 정치 지형에 큰 혼란과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극우세력의 성장과 반(反)이민, 반EU 정서의 확산이 예상된다. 반면, 인도주의(人道主義) 원칙에 입각한 지속 가능한 난민 정책이 EU 수준에서 수립된다면 이번 난민 위기는 궁극적으로 유럽 통합의 심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21세기 최대의 난제인 난민 위기 앞에서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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