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 논설위원

올해 1월 제주 하늘길이 초강력 한파와 폭설로 꽁꽁 얼어붙더니, 이번엔 섭씨 30도가 넘는 ‘5월 폭염’이 며칠째 이어졌다. 연초에 폭설 등으로 ‘한(寒)반도’가 연출됐는데, 불과 4개월 만에 펄펄 끓는 ‘열(熱)반도’로 바뀌다니 예사롭지 않다.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신음하고 있다. 날씨도 더운데, 올봄 내내 미세먼지까지 우리를 괴롭혔다. 기후의 이상(異常)으로 중국 내륙 지역의 고온 건조가 장기화되면 황사와 미세먼지 발생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는 경유차 문제와 가습기 살균제 파동 등 주요 환경 이슈가 강속구로 날아오는데 헛스윙을 연발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을 둘러싸고, 국민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하다. 물론 경유차를 규제하고 매연 차량을 단속하는 ‘발등의 불 끄기’부터 당장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 현안들은 ‘헬리콥터 살포’로 불리는 재정 확대나 단기 대책으로 해결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이슈가 터진 뒤 뒷북 대응하는 관료조직의 타성을 버려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동력을 만들면서 신재생 에너지 대국(大國)으로 도약하려는 장기적인 관점이 절실하다. 정보기술(IT) 강국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공기 질(質)’ 후진국 소리를 듣는 현실이 답답하다. 석탄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되기 전에 액체로 만들어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각국이 앞을 다투고 있다. 스위스는 이동형 포집 설비까지 개발 중인데, 한국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중국에도 뒤져 있다. 알파고가 문제가 아니다. 구글은 고도가 높으면 더 높은 풍압이 발휘된다는 점에 착안, 비행 풍력발전기까지 개발 중이다. 한국은 최고의 IT 선진국이면서도 이를 에너지 분야와 결합하는 일이 서툴다.

기후변화는 국제질병 심화, 식량 부족과 물 부족을 둘러싼 쟁탈전 등을 빚으면서 국가 안전 보장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우리나라도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모든 분야가 바뀌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자주 얘기하듯 앞으로는 결혼 선물 풍속도까지 바꿔야 할지 모른다. 냉장고가 아니라 전장고(電藏庫·이동형 소규모 전력 저장 장치)를 선물하는 식으로.

서비스 산업 못지않게 고용창출력이 뛰어난 신재생에너지 분야 활성화를 정치권 등이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 주요 선진국에선 소규모 풍력발전기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개인이 남은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고 있다. 개인 태양광 설비가 호주에는 100만 개, 독일에는 140만 개나 구축돼 있다. 일본도 4월부터 전력 소매시장을 전면 자유화했다. 유독 한국은 국가 에너지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분야는 발육부전 상태다. 국내 정치 상황이 여소야대로 바뀌고 조기 레임덕 조짐이 가시화하면, 미래 에너지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에너지 대격변 시대는 이미 우리 앞으로 밀려들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경제성장 목표를 충족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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