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자마자 노동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고 있다. 정부가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선언한 것이 도화선이다. 정부는 그동안 야심 차게 추진해온 4대 개혁 중에서 특히 노동과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자 강공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를 위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정치권에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불법은 없었는지 그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사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싼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정부가 연초에 저(低)성과자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공정인사·취업규칙’ 등 2대 지침을 발표할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러한 지침을 빌미로, 어렵게 합의한 9·15 노·사·정 대타협을 지난해 파기한 바 있다. 성과연봉제 문제는 저성과자 및 취업규칙 불이익 문제가 교착(交錯)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반발이 큰 것도 당연하다. 다만, 노동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법리적 공방만을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법리적으로만 따진다면 노조의 주장이 옳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엔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노조나 근로자가 불리하다고 하여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도입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더라도 이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된다. 이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무리 필요한 제도라 하더라도 노조나 근로자가 반대할 경우 도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법리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판례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즉, ‘사회 통념상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노조나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더라도 이를 허용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정부가 노조와 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한 것은 바로 이 판례에 근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회 통념상의 합리성이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과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금융공기업의 무사안일과 보신주의(保身主義)를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개혁 의지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노조는 성과연봉제의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을 주장하기보다는 절차적 정당성만을 고집하고 있어 주장치고는 다소 궁색하다. 그러다 보니 이에 대한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에서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에 노조나 근로자들의 동의를 요구하는 강행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새로운 고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규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많은 외자기업들이 이러한 근로기준법상의 강행규정을 두고 이른바 ‘알박기’라 비판하며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절차상 정당성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고 진정한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보다 진지한 고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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