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져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외 기관들이 최근 들어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들을 하향 조정해 발표하고 있는 것은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기존 2.9%에서 2.7%로 낮춰 전망했고, 지난 5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1%에서 2.7%로 낮춰 발표했다. 국내 기관들도 지난 4월에 이미 2% 중반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놨다. 정부도 이제 3%대의 전망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과거의 단순 불황형 경제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어려움은 원인이 무엇이든 위기가 지나가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전자·자동차·조선과 같은 주력 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어느 시점이 지나면 회복될 것으로 판단됐다. 하지만 최근 직면한 상황은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하지 못한 데서 나타난 것이고, 과거와 달리 회복되기도 어렵다.
조선 사업만 봐도 중국이나 일본은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측하여 이미 구구조정을 해 왔다. 요즘 중국 조선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이런 선제적 대응에 기인한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어날 실업자들의 창업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는데 지원하는 대책을 이미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이웃 나라들이 미래 경제 예측을 통해 구조조정을 하여 경쟁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국책은행들은 오히려 투입 자금을 더 늘려 기업들의 부실을 더 키우고, 이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 세금을 다시 투자해야 한다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당장 불어닥칠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로 대외 경제 여건도 우리 경제 정책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월 2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원유 공급을 조정할 것 같진 않다. 따라서 조선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한 저유가가 당장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미국 경제의 호전에 따라 다음달 14일쯤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우리 수출 증가에는 좋은 신호겠지만, 이자율 증가는 국제 자금시장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 등에도 바로 영향을 줄 것이다.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은 다음 달 23일로 예정된 ‘브렉시트(Brexit)’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다. 아직은 잔류를 원하는 여론이 높다지만 이 또한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당장 불어닥칠 위기 요소들을 극복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 정부는 민간에 대한 우월의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과거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생존이 어려운 기업들은 정부의 산업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지원하던 과거 정책을 버리고 이 기업들을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차라리 사회안전망 강화에 사용하는 게 낫다. 특히, 자신들의 정책적 과오를 자꾸 민간에 전가하려는 나쁜 습관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제조업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정치권은, 국제 경쟁력이 있어 당장 경기회복에 도움을 줄 금융·교육·의료 등 서비스산업 강화 정책을 애써 외면한 잘못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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